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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판이 바뀐다]⑤고졸에서 여성..유리천장만 똑똑똑?

  • 2014.01.09(목) 16:51

금융권 인사 핫 키워드에 오른 '여풍'..여성 임원 줄줄이
일시적 전시행정 회의론도..유리천장 깨려면 과제 수두룩

연말 연초 금융권 인사의 핫 키워드는 여풍(女風)이다. 첫 여성 은행장이 나온 데 이어 여성들이 줄줄이 임원 자리를 꿰찼다. 그러면서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유리 천장만 몇 번 똑똑 두드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기엔 아직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때 유행했던 고졸 채용처럼 여성 대통령 취임에 따른 일시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최근 금융권 인사의 핫 키워드는 여풍


최근 금융권 고위직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의 약진이다.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에 오른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권 행장 선임 이후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은행권에서도 여성 임원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서 3명의 여성 부서장이 임원으로 승진했고, 앞서 신한은행에서도 첫 여성 부행장보가 나왔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 등 2금융권에서도 여성 임원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7월엔 한국은행 설립 62년 만에 첫 여성 부총재보가 나왔고, 앞서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급인 소비자보호처장에 여성을 발탁했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물론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도 추가로 여성 임원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여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 여성 리더십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최근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첫 여성 대통령 배출과 함께 여성 리더십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권은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접어들면서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수비형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꼼꼼한 리더십이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인재풀이 늘어난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0년대 초중반에 입사한 여성 은행원들이 대거 부서장급으로 올라오면서 그만큼 승진 대상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선 여성 부서장이나 지점장만 각각 40명이 넘는다.

반면 최근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여풍을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필요가 아니라 여성 대통령 배출에 따른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행하다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내 지지부진해진 고졸 채용과 빗대기도 한다.

◇ 금융권에서 본격적인 여성 리더십은 아직

 

▲ 여성 임원 기준: 등기임원은 물론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 등 집행간부(본부장 제외) 포함(출처: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에서 여성 리더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현재 18개 은행의 임원 279명 중 여성은 3.9%인 11명뿐이었다. 외국계를 제외하면 전체 임원 191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카드사와 증권사 등 2금융권도 여성 임원의 비율이 3%대를 밑돌았다.

유독 금융권에서 여성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에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자의든 타의든 중도에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산•육아 지원책은 모범적이지만 인사상 불이익 등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서장급 여성풀이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당분간 남성 위주의 리더십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여성 임원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나 소비자보호 등 핵심영역이 아닌 후선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불고 있는 여풍은 아무래도 여성 대통령을 의식한 면이 강하다”면서 “금융권에서 본격적인 여성 리더십이 발휘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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