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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판이 바뀐다]③신 4대 천왕을 꿈꾼다

  • 2014.01.07(화) 11:26

임영록·임종룡 회장, 조직장악이 과제…'임의 전쟁'도 관심
한동우·김정태 회장, 왕회장 그늘 벗어나 홀로서기 나설듯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권을 호령하던 4대 천왕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새로운 군웅할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이 바뀐 만큼 올해는 그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리더십이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새로운 4대 천왕이 나올 수도, 단순한 군웅에 그칠 수도 있어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홀로서기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조직장악이 가장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 대형 M&A 결과에 따라 성적표 갈릴 듯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은 모두 쓸쓸하게 퇴장했다. 먼저 회장직을 물려준 김승유 회장을 제외한 강만수, 이팔성, 어윤대 회장이 잇달아 타의로 옷을 벗었다.

그러면서 주요 금융그룹 리더십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과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에 이어 7월엔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연말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어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도 지난해 새롭게 금융 CEO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 초엔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제 관심사는 새로운 리더십이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에 있다. 특히 우리금융 매각과 함께 금융권이 신 4대 금융그룹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임의 전쟁, 올해는 어떻게 전개될까?

취임 후 첫 새해를 맞는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은 올해도 여러모로 비교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국내 대표 금융그룹 수장에 오른데다 내부적으로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임의 전쟁’으로도 불린다.

두 임 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내부 조직장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영록 회장이 3년간 KB금융지주의 사장을 지내긴 했지만 두 임 회장 모두 조직 내에 뚜렷한 지원 세력이 없다. 더군다나 KB금융은 이사회,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라는 확실한 견제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임영록 회장은 KB금융 이사회를, 임종룡 회장은 농협중앙회을 어떻게 아우르고 설득하면서 소신을 펼칠 수 있느냐가 경영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 모두 비은행 부문 강화가 화두라는 점에서 전략적인 M&A도 두 임 회장의 경영 성과를 가르는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지난 연말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선 농협중앙회의 확실한 지원을 이끌어낸 임종룡 회장이 먼저 웃었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4대 금융그룹으로 뛰어올랐다.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 인사에서도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신 4대 천왕 후보로 꼽히는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


◇ 한동우•김정태 회장은 홀로서기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처럼 한동우 회장과 김정태 회장도 비슷한 처지다.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임 왕회장으로부터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았고, 대형 M&A보다는 조직 통합과 안정화가 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김정태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통합이 급하다.

한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가장 큰 숙제가 홀로서기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모두 이미 옷을 벗은 지 오래지만, 외부에선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두 금융그룹에선 아직도 현재 회장과 전임 회장의 라인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그룹내 CEO나 임원 인사 과정에서 현•전임 회장간 파열음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파열음은 전임 왕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과 현재 회장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음을 함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권에선 한동우 회장은 연임과 함께 2기 경영에 들어간 만큼 한동우 체제를 더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김정태 회장 역시 김승유 전 회장에 대한 안팎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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