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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세 마리 토끼 다 놓칠라

  • 2014.03.26(수) 17:36

정부, 우리은행 매각 방식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전환 추진
민영화 3대 원칙 모두 놓칠 수도…진정한 민영화될까 우려도

우리은행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실상 일괄 매각 방안을 접고, 분산 매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변심은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괄 매각에 따라 불거질 수도 있는 특혜 시비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뒤늦게 매각 방식을 바꾸면서 애초 내세운 민영화 3대 원칙을 모두 놓쳤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분을 나눠서 팔 경우 정부의 입김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우리은행 매각 ‘희망수량 경쟁입찰’ 유력

금융연구원은 26일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안으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제시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정부가 원하는 가격과 수량 이상을 써낸 입찰자에게 지분을 골고루 넘기는 분산 매각 형태다.

그동안 일괄 매각을 고수해온 정부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괄 매각은 정부가 가진 우리은행의 지분 57%를 한꺼번에 넘기는 방식이다. 57%를 다 넘길 수도 있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1%만 넘길 수도 있다.

정부의 변심은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이다. 일괄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3조~4조 원, 지분을 모두 사려면 6조~7조 원의 돈이 들어 국내에선 인수 주체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KB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그룹들은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아 인수를 꺼리고 있다. 교보생명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1조 원 초반대에 불과하다.

설령 교보생명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개인 사주가 있는 금융회사에 국내 대표 은행을 넘길 경우 특혜 시비와 함께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이런 논란 없이 다양한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게 지분을 팔 수 있다.

 


◇ 민영화 3대 원칙 모두 놓칠라

정부가 뒤늦게 우리은행 매각 방식 변경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기존에 내세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민영화 3대 원칙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없어 공적자금 극대화에 어긋난다. 전략적인 고려없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금융산업 발전과도 거리가 멀다. 조기 민영화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그동안 일괄 매각을 고수하다가 번번이 기회를 놓친 정부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정부는 일괄 매각을 고집하다가 2010년 이후 세 차례나 매각에 실패했다. 그 사이 우리금융 주가는 물론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경쟁력도 함께 추락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일괄 매각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더 높은 가격으로, 더 빨리 우리금융을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진정한 민영화 가능할까 우려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론 진정한 민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우리은행의 지분 구조는 5∼10% 지분을 가진 여러 과점주주들이 대주주가 된다.

과점주주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진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뚜렷한 과점주주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무주공산 형태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지분만 분산되고 정부가 계속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메리트도 없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과점주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되긴 하지만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리 일괄 매각 방식을 배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날 토론회가 의견 수렴 단계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우리은행 매각이 더 늦어져선 안된다는 의지는 분명하게 피력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원칙은 상충되는 내용도 있고 주관적인 판단도 있다”면서  “어떤 조건은 희생할 수 있는 지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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