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적자금 회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가 내세운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 가운데 조기 민영화를 제외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국내 금융산업 발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금보험공사는 23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본입찰을 마감했다. 경남은행은 BS금융과 경은사랑컨소시엄, IBK기업은행이, 광주은행은 신한금융과 JB금융, BS금융 등이 입찰 제안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경남과 광주은행 모두 2파전 양상이다. 경남은행은 DGB금융이 단독 인수를 포기하고 경남•울산지역 상공인연합에 합류하면서 이 경은사랑컨소시엄과 BS금융 간 양강구도로 좁혀졌다.
경은사랑컨소시엄은 MBK파트너스와 DGB금융마저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에 대한 산업자본 논란이 걸림돌이다.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추진 중인 공기업이어서 공격적인 베팅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광주은행 인수전에선 자금력에서 앞선 신한금융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호남권에서 영업기반이 약한 신한금융도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JB금융 역시 김한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복병으로 거론된다.
◇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는 농협금융 인수 유력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해 우리자산운용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는 최종 낙찰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6일 본입찰을 마감한 데 이어 20일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입찰 가격은 농협금융이 가장 높게 제시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만 따로 떼서 파는 개별 입찰 가격은 KB금융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개별 입찰 가격이 패키지보다 더 높았다는 데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을 따로 팔면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당초 제시한 원칙대로 패키지 매각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도중에 매각 방식을 변경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데다, 개별 매각을 위해선 다시 입찰을 해야 해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아예 민영화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예정대로 패키지 매각을 결정하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NH농협금융이 최종 주인으로 낙점될 전망이다.
◇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빨간불…반쪽 민영화 논란
이달 초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에 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와 경남•광주은행 매각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 민영화도 거의 5부 능선을 넘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3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후 쪼개팔기로 전략을 바꾸면서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공적자금 회수는 삐걱대고 있다.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모두 1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회수한 돈은 5조 7000억 원 수준으로 정부는 이자를 빼더라도 최소 7조 원 이상 더 회수해야 한다. 이자를 합하면 10조 원은 챙겨야 한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과 경남•광주은행 모두 매각 가격이 기대치 이하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는 1조 5000억 원 수준을 기대했지만 1조 원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광주은행 역시 기대치는 6000억~8000억 원에 달하지만, 예비입찰 가격은 3000억 원 안팎에 그쳤다.
내년 초 입찰을 시작하는 우리은행은 아예 매각 자체가 불투명하다. 은행의 수익성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가격은 바닥권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팔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면서 “그러면 우리금융 민영화도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