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하나은행은 20일 “김종준 행장이 임기 만료 시까지 은행장 직무를 수행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런 결정은 대내외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자칫 경영 공백이 곧장 조직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는 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했다.
금융권이 실적악화로 수익성 확보와 효율적인 경영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은행장을 교체하면 조직 내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준 행장이 은행 안팎의 위기상황을 고려해 평생을 몸담아온 하나금융그룹의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그룹은 ‘김 행장은 그동안 추진했던 여러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솔선수범해 임직원의 역량과 실행력 극대화에 주력하고, 외환은행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그룹의 시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는 등 소임을 성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이 사실상 연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조직의 통제력 상실은 하나금융그룹과의 보완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김 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데 반해 임원들의 임기는 사실상 올해 연말이어서 급격하게 김 행장의 통제력이 상실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 행장이 평가한 임원들의 성과 평가를 김정태 회장이 존중한다면 조직의 통제력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새 행장을 다시 선임하기로 하면 선임 때까지의 소요 기간과 은행 파악 등을 위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올해 영업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김 행장은 지난 17일 과거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저축은행 부당지원을 이유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로 김 행장은 남은 임기는 수행할 수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금지된다. 김 행장은 징계 결정 후 지난 18일 예정됐던 한국은행 금융협의회 및 하나금융 임원 워크숍 등에 불참한 채 거취를 고민해 왔다.
◇ 감독 당국과 관계 개선 묘수 찾아야
하나금융그룹 안팎에서 김종준 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사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감독 당국과 걸린 사안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나카드와 외환은행 카드 부문의 합병 등을 비롯해 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감독 당국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감독 당국의 생각과는 달리 김 행장이 버티는 모습을 보일 경우 각종 통합 시너지를 위한 조치들이 계속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영향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하나카드와 외환은행 카드 부문의 통합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앞으로 감독 당국과 다소 껄끄러워질 수는 있지만, 하나은행의 올해 영업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것보단 낫다는 판단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의 경영은 김정태 회장의 김종준 행장에 대한 신임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직접 지배 모습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으론 외환은행과의 통합 시너지 확대 과정에서 생기는 감독 당국의 행정 지원은 필수다. 이번 징계과정에서 생긴 감독 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나갈지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