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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 2014.04.22(화) 09:33

수정 의결 중 57% 제재 수위 낮춰
기관보단 개인 제재 감경 절대 많아
금융법원 제재심, 그 28개월간의 기록


제재심에서 수정 의결 한 110건 중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진 것은 65건(기관과 개인이 함께 낮춰진 5건은 각각 계산)이다.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제재 수위보다 낮아진 경우가 57%라는 얘기다. 심의를 유보한 42%를 빼면 제재심에서의 수정 의결은 대부분 제재 수위를 낮추는 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이는 수정 의결 안건 중에서의 수치다.

이 과정에서 보면 제재심의 일정한 트렌드가 읽힌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재는 기본적으로 기관과 개인으로 나뉜다. 당연히 제재 수위를 낮추거나 높이는 경우 기관과 개인으로 각각 이뤄진다. 제재심은 대체로 기관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금감원이 제출한 양형을 많이 수용했다. 반면 개인에 대한 제재 수위는 상당수를 낮췄다.

제재 수위가 낮아진 65건 중 개인에 대한 제재 감경은 49건으로 75%를 차지한다. 대신 기관에 대한 감경률은 16건, 25%다. 제재 수위가 낮아진 개인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실무자급이 많다는 특징도 보인다. 지시를 받아 이행하면서 규제를 어겼거나 단순 실수 등에 대해선 행위자의 책임을 조금씩 낮춰 적용한 결과다.


책임자급과 기관의 제재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는 것은 조직 내의 감독책임에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 사고나 규제 회피가 내부 시스템 미비와 범죄형이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잘잘못에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실제로 재심의 후 제재 수위가 낮아진 비율은 42%에 이른다. 이를 애초에 감경받은 안건과 단순히 합쳐보면 전체 감경률은 70%가 훌쩍 넘는다. 물론 이는 수정의결 한 안건 중에서의 비율이다. 여전히 많은 87%가 원안대로 가결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재심의를 포함해 개인 제재와 관련한 제재 수위가 70% 정도나 낮아진다면, 금감원의 양형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헤픈 판결일 수 있다. 재심의 후 제재가 가중된 경우가 3%(3건)에 불과한 점을 보면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금감원의 개인 제재 양형과 관련해 제재심이 대체로 과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제재심에서의 논의 내용을 보면 ‘이의 신청’을 통해 징계 수위를 감경받은 경우도 많다. 개인들이 제재 내용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데, 대체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이의 신청은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의 임직원들에서 많이 보인다. 구제 절차 측면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제재심에서 제재 수위를 낮출 때는 과거 양형과 비교해 차이가 크거나, 규제 적용 내용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 등 여러 가지다. 금융 규제 상으로는 적합하더라도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우선하는 경향도 보인다.

제재심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재 심의 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제재 대상자들은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불이익을 덜 받는다. 기관보다는 개인에 대한 양형 판단이 다소 후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융인들도 더 적극적으로 다투거나 읍소해야 할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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