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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금융감독원과 생각이 달라요” 13%

  • 2014.04.21(월) 11:59

한 달에 두 번꼴로 총 51회 회의 열어
총 864건 처리하면서 110건 ‘수정 의결’
금융법원 제재심, 그 28개월간의 기록

금융감독원엔 제재심의위원회가 있다.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이 잘못을 했을 때 제재 수위를 정한다. 형식적으로 제재심은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다. 그러나 제재심의 결정에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토를 단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사실상 금융 전담 법원인 셈이다.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28개월, 총 51회차의 제재심 결정문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제재심의위원회가 무서운 것은 민간 위원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와 금융인 제재에서 관치 논란을 벗어보자는 차원에서 민간 위원이 참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제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조직으로 꾸려진 것과 비슷하다. 명칭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지금까지 의결기구인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도 민간위원들이 참여한다.

민간이 참여해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문기구라 하더라도 제재심의 결정을 금감원장이 뒤집기가 쉽지 않다. 금융위와 증선위도 마찬가지다. 민간위원이 참여해 결정한 내용을 관료가 틀면 오해를 받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제재안을 제출하는 금감원은 물론이거니와 제재 수위를 낮춰보려는 징계 대상자들이 모두 제재심의 민간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지난 17일 열린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에 대한 징계안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과거 큰 이슈였던 KB금융지주의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제공한 자료 문제, 신한금융그룹의 경영권 다툼까지 제재심에서 갑론을박 논쟁은 피할 수 없었다.

2012년부터 28개월간 제재심에 올라온 제재 안건은 총 864건. 이 기간 총 51회의 제재심이 열렸다. 한 달에 두 번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정에 따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한 회에 평균 17건 정도의 안건을 심의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사안이 복잡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진술이 엇갈리거나 법리 공방이 치열하면 한 번에 결정하지 못하는 안건도 많다.


864건 중에서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 양형이 한 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안건은 110건이다. 비율로는 13%다.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 원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 13%를 적은 숫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금융회사와 금융인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기본업무로 하는 금감원이 애초 생각한 제재 수위가 13%나 틀어진 것이니 말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제재심의 민간위원들이 꼼꼼히 따지고 있다고 불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면 금감원이 제재안을 신중하지 못하게 제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달에도 금감원의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한 징계에서 기관과 대표에게 ‘주의적 경고’라는 경징계가 내려지자, 금감원이 일을 허술하게 처리해 면죄부를 줬다는 금융위의 반응이 있었다.

금감원이 성급하게 자체 제재심을 통해 징계하려다 결과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됐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금감원에 위임한 행정제재의 결과를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제재 안건은 지난해 8월 말부터 2주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다. 미인가 해외지점을 통해 채권을 팔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19일 제재심에 처음으로 안건이 상정됐고, 금감원 실무진과 금융위, 민간위원 간 논쟁이 치열했다. 심의를 3차례나 보류한 끝에 이달 3일에서야 징계 수위를 확정했다. 이날의 제재심 녹취 요약본은 아직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경위는 좀 더 시일이 지나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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