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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검사•제재를 둘러싼 관치 논란<끝>

  • 2014.04.23(수) 13:15

김종준 하나은행장 ‘문책경고로 사퇴 압박’ 설왕설래
학계•정치권 “법률로 격상” vs 금감원 “규정으로 충분”
금융법원 제재심, 그 28개월간의 기록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관치논란도 여전하다. 신용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건을 보면, 명확한 기준보다는 여론에 휘둘린 인상을 준다. 물론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 규제나 제재의 기준도 달라진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사회적 인식이 그렇다.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는 관치 논란으로 뜨겁다. 이 안건은 애초 경징계 수준을 밟다가 제재심에서 금융위원회가 재검토를 요구하자 금감원이 하나캐피탈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서 중징계로 돌아선 케이스다. 그러면서 ‘금융 당국이 김승유 전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그룹을 손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떠돌아다녔다.

이런 논란은 제재심이 김종준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4월 17일)한 뒤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김 행장이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감독 당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표면적으론 ‘김 행장과 하나금융그룹이 제재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론 ‘중징계인데 왜 나가지 않느냐’에 더 가깝다.


‘문책 경고’는 현직의 사임을 강제하진 않지만, 재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재취업을 하지 못할 정도의 징계이니 현직을 수행하는 데도 결격요인이 있다’는 것이 감독 당국의 생각이다. 징계 수준으로는 이보다 상위에 직무정지와 해임권고가 있다. 문책경고도 중징계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직무정지와 해임권고에 비하면 낮은 징계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회사 수장이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적은 꽤 있다. 감독 당국의 생각처럼 이행된 경우는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국민카드를 분사하는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혐의로 그만둔 사례다. 2004년의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당시 김정태 행장의 임기가 1개월 남짓 남은 때의 일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이 외에는 위성복 옛 조흥은행장이 2003년에 문책경고를 받았으나, 이미 현직에선 임기를 마치고 이사회의장만 맡고 있을 때였다. 2005년에 최동수 옛 조흥은행장도 문책경고를 받았으나, 그는 2006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2010년에 문책경고를 받은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도 이미 회장직을 물러난 뒤였다. 이외에 황영기 KB금융 회장과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은 ‘직무정지 3개월’로 해당 직을 그만뒀다.


결국 ‘문책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고 현직에서 곧바로 사임한 사례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금감원이 김종준 행장의 위법 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면서 밀어붙이는 모습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재심 의사록은 보통 2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해왔다. 금감원은 22일 이례적으로 제재내용(혐의 사실)을 공개했으나, 이는 제재심 민간위원들의 의견과 진술이 실린 의사록과는 다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도 금융기관 제재와 관련한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21일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관치금융 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어 “금융기관 제재를 ‘법률’로 규정해 ‘손보기식’ 검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노택석 선임연구원(성균관대 법학연구소)은 “금융기관의 검사 및 제재가 금융감독상 중요한 수단임을 고려해 행사 여부에 대한 근거는 국회의 통제를 받는 법률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제재 권한도 중한 제재는 금융위원회가, 경한 제재는 검사기관이 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사자의 방어권은 물론 중한 제재는 청문 절차를 의무화하고 이의절차와 불복절차 마련도 권고했다.

당시 금감원은 “해외 주요국가의 경우 세부기준 및 절차는 하위 규정 또는 검사 매뉴얼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 권리 의무와 관련한 중요사항은 법률로 규정하되 내부 절차는 하위 규정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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