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8부 능선을 넘었다.
그동안 조기 통합을 거세게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 측에 공식 대화를 제의하면서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 외환 노조 “조기 통합 포함 대화 제의”
외환 노조는 28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사태의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사측에 대화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근용 외환 노조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대화는 2.17 합의서에 기반한 논의”라면서도 “노조가 통 큰 결단을 내려 조기 통합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외환 노조가 대화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외환은행이 지난달 3일 조합원 총회 참석을 문제 삼아 추진했던 대규모 징계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애초 총회에 참석한 900명 전원을 징계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제로 전날 열린 인사위원회에선 38명만 징계했다. 애초 56명에 달했던 중징계 대상도 17명으로 줄었다.
▲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공식 대화를 제의했다. |
◇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급물살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노조는 그동안 5년 독립경영을 명시한 ‘2.17합의서’를 내세워 조기 통합 논의 자체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경영 여건을 비롯해 현실적으로 조기 통합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독립경영의 명분이 크게 퇴색했다.
투쟁 동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이 대규모 징계와 함께 초강수로 일관하자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 불안감은 갈등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협상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노조가 대화에 나서면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이달 중 통합 이사회를 열어 조기 통합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금융위원회에 조기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그 동안 노사 합의를 조기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바 있어 외환 노조가 동의할 경우 승인 과정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