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의 새로운 격전지로 경기도가 떠올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시중·지방은행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경기도에 점포를 낼 수 없었던 지방은행의 숙원이 풀리면서 지방은행들은 관련 정관을 변경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998년 경기은행 퇴출 이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이 없다는 이점은 있지만 기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차별화 등을 통해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지방은행 3총사 모두 가세
대구은행은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영업구역에 경기도를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결의했다. 대구은행은 서울, 광역시, 세종시, 경상남·북도 이외에 경기도에도 점포를 열 수 있게 됐다.
앞서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임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이런 정관 변경을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마자 주총을 열어 정관을 변경한 바 있다. 이로써 각 권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 3총사가 모두 경기도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진출엔 전북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전남·전북권의 경우 경제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기업이 많지 않아 역외 진출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미 경기도 수원 쪽에 점포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수도권에선 인천에 5개 점포를 낸 상태이고, JB금융지주로 편입된 광주은행도 인천지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반월-시화공단 쪽 시장조사를 마쳤다. 대구은행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일단 다른 지방은행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생각"이라며 "실제로 점포를 내는 것은 이르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중은행과의 차별화·틈새공략이 열쇠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은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남 지사는 최근 인터넷 은행인 '아이뱅크(I-BANK)'설립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경기은행 퇴출 후 경기도는 지방은행 없이 17년째를 보내고 있다"며 "경기도의 낙후된 금융산업 발전, 적극적인 서민금융 시장 확대 필요성,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인터넷은행 설립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사실상 남 지사의 이런 움직임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일부 경기도 지역에선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차별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JB금융 관계자는 "이미 서울에 13개 점포를 갖고 있는데 시중은행이 1~3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우리는 주로 4~6등급 서민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며 "타깃이 다르고 소매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경기도권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전북은행이 경기도 지역 첫 점포로 아파트와 상가 밀집 지역인 수원을 검토하는 것 역시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원 4명 정도로 구성되고, 1층보다는 2~3층에 위치한 소형점포로 꾸릴 예정이다. 이 경우 고정비용이 적게 들어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부산은행은 공단을 중심으로 지역 연고 기업을 1차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구은행은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단계에 있다. 산업단지나 인구 밀집지역 등 우선 진출지역을 다방면으로 조사한 후 단계적으로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2000년 이후 경기도로 옮긴 대구·경북 지역민 수를 약 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금융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은행 한 임원은 "지방은행이 기존에 인천 등에서 영업했던 패턴을 보면 지역 연고나 동향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다"며 "금리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