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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온 금융권 빅데이터 아직도 먼 길

  • 2015.06.04(목) 14:22

개인정보 유출사태 1년 반만에 빅데이터 활성화 재시동
'정부가 빅브라더 될 수도' 부작용 우려…실효성도 미지수

"금융사·신용정보사에 축적된 정보를 융합해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금융사가 활용하는 신용정보의 범위를 넓히고 신용정보사의 업무 범위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 (2013년 11월, 금융위원회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 中)

금융위원회가 3일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엔 우여곡절이 많다. 금융위는 사실 1년 반 전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계획을 공언했다. 당시 빅데이터 활성화의 선봉에는 금융사와 신용정보사가 섰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바로 멈춰 섰다. 불과 한 달 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다. 1억 건 이상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신용정보 활용의 문을 오히려 더 꼭꼭 걸어 잠갔다. 

개인정보 유출사태 전까지만 해도 업권별 협회가 신용정보사에 정보를 넘겼고, 금융사들은 신용정보사가 가공한 고객 신용등급 등의 정보를 활용했다. 반면 이후엔 정치권이 민간기관인 신용정보사가 체납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수집해 이를 돈벌이로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 신용정보 공공기관 탄생…기대 속 우려 시선도

▲ 자료=금융위원회


그러자 금융위는 공공기관 성격의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신설 방안을 내놨고, 내년 초 설립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개인 신용정보는 은행연합회와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협회 등이 개별 관리했는데, 이제 정부가 한곳에서 관리한다.

자연스럽게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이 이번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의 선봉에 섰다. 최근 핀테크가 대세가 되면서, 금융위는 핀테크 업체 역시 가공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정보 활용이 가능해져 새로운 상품개발, 서비스 제공 등이 활성화돼 금융 산업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기관이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공적 기관이 탄생하게 됐지만, 우려의 시선은 남아 있다. 일단 모든 정보가 한 기관에 쏠리기 때문에 정보유출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관은 보험권에서만 다뤘던 개인 질병 정보도 수집한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가 없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도 할 수 없다.

정부가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통해 국내외 자금세탁 추적 모델을 개발할 경우 특정인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사용을 허용해야 하는데, 이를 빌미로 특정 개인이 감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 정부 주도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실효성에 의문

당장 금융권에서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할 가능성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위는 오는 9월부터 금융사들이 신용도와 신용능력 등 비식별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영업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 빅데이터 활용의 걸림돌


무엇보다 금융사의 의지가 중요한데, 공을 들여 빅데이터 분야에 투자할지부터 미지수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생각하는 빅데이터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분석 역량 및 경험 부족(19.6%)', '시스템 구축비, 관리비 등 예산 부족(19.4%)' 등이다. 전문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환경에 더해 기업 투자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점(15.1%)도 문제다.

김민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빅데이터로 향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데이터 확보의 문제, 정보보호 및 보안의 문제, 예산 문제, 분석 역량 및 전문가 부족 문제 등이 빅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개별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가 요구하면 논의를 통해 가공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마케팅이나 상품개발 등에 대해 컨설팅도 해준다. 이는 금융당국이 최근 강조하는 민간 자율을 통한 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효과적인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관련 벤처기업과의 제휴, 데이터 분석역량을 가진 인재 확보 등 금융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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