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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부점장보다 어린 점장, 아직도 막내 차장

  • 2015.06.25(목) 10:00

[흔들리는 은행 임금피크제]②
늙어가는 사회, 늙어가는 은행
저성장 맞물려 청년 일자리 창출도 방해

언제부터인가 은행 영업점 창구에 가면 젊은 행원이나 대리 대신에 혹은, 그들 속에서 과장 혹은 차장급 직원이 예금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지점장보다 나이 많은 부지점장도 수두룩하다.

 

본점 부서도 마찬가지다. 차장이 된 지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부서에서 막내를 벗어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은행이 늙어가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항아리형 구조다.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가 늙어가고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업권보다 고령화가 심한 은행으로선 이런 항아리형 인적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완화되기는커녕 심화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내부 인력 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비용압박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선순환도 힘들게 한다.



◇ 지점장보다 나이 많은 부지점장·팀장

남들보다 승진이 조금 빠른 47세의 지점장이 있다. 지점에 있는 남자 직원 6명 가운데 나이로 치면 서열 5번째다. 지점장보다 나이 많은 남자 직원이 4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A 대형은행의 사례다.

승진이 빠른 지점장이기에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지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50대 초반에 지점장을 달아도 한 지점에서 지점장보다 나이 많은 부지점장이 1~2명은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국내 시중은행 중간 간부 인력 현황'을 보면 5월 말 현재 7개 시중은행의 지점장·부장, 부지점장·팀장 등 중간간부 비중은 약 25.8%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이 25.2%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이 23.3%, 신한은행이 20.7%, 하나은행이 15.1% 순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좀 더 넓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과장에서 부장까지 책임자급 비중을 보면 국민은행이 55.3%, 신한 54.6% 우리 54%, 외환 50.6%, 농협 49.5%, 기업 43.2%, 하나 39.5%로 나타났다. 대부분 대형은행이 2명 중 1명 이상 꼴로 중간관리자인 셈이다.

◇ 직급-직무·나이 역전, 효율적 자원 운용 저해

이렇다 보니 직급과 직무, 혹은 직급과 나이가 역전되고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은행의 인력운용을 어렵게 하고, 비용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가령 과장이나 차장이 행원이나 대리가 부족해 하는 수 없이 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이는 자원의 낭비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은 보통 입사 연차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며 "같은 일을 하는데 나이에 따라 급여 차이가 나면 급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연봉체계는 고령화된 인적 구조에서 지점장보다 더 높은 연봉의 부지점장과 팀장을 배출한다. 역시 인력이나 비용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 저성장과 맞물려 고용창출 등 선순환 어려워져

항아리형 인적 구조 문제는 사실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B 은행 한 인사 담당 임원은 "우리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도 나왔던 내용"이라고 말할 정도로 해묵은 과제다. 인위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아울러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은행이 수조 원대의 이익을 내는 때여서 비용 압박이 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은 저성장 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비용압박이 심하고, 고정비·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해졌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맞물리면서 항아리형 구조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들어 선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C 대형은행 인사 담당 임원도 "고령화는 생산성의 문제보다는 고용 창출을 통한 선순환을 어렵게 만드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아니고선 항아리형을 단번에 피라미드로 바꾸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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