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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의 임금피크제는 '다른 나라 얘기'

  • 2015.07.06(월) 09:38

임단협 결렬…은행권 유일한 '퇴직금 누진제'가 쟁점
91% 파업 찬성·준법투쟁 돌입…노사 타협 요원

임금피크제는 올해 은행권의 주요 화두다.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 개편의 방편으로 임금피크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있던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내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다른 시중은행과 다른 점이 있다. 임금피크제가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랐지만, 쟁점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이제는 이름도 낯선 '퇴직금 누진제' 문제가 또다시 노사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 은행권 유일 '누진제'…한미은행 시절 폐지 못 해

퇴직금 누진제란 근속연수가 길수록 퇴직금 지급률이 높아지는 구조를 말한다. 오래 근무할 수록 법정퇴직금보다 많이 받는 '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예를 들어 5년 이상 근속자는 법정 퇴직금의 1.3배, 10년 이상 근속자는 1.5배를 누진 적용하는 식이다.

퇴직금 누진제는 은행권에서 씨티은행에만 남아 있다. 다른 은행들은 모두 2000년대 초반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수제로 전환했다.

2000년대 초반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여파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과 은행권에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압박했다. 퇴직금 누진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방만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당시 은행권에서 마지막까지 누진제가 남아 있던 곳은 제일은행과 신한은행, 그리고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이다. 이중 한미은행만 유일하게 2004년까지 누진제 폐지에 대한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그해 말 씨티은행으로 재출범하면서 지금까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 무풍지대 외국계 은행…노사 타협 요원

은행권에서 퇴직금 누진제가 속속 폐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은행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타파하겠다며 나서면 은행도 이에 따라야 했던 것이다.

 

반면 외국계로 재출범한 씨티은행의 경우 비교적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 누진제가 존속될 수 있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씨티은행도 누진제 폐지를 시도해 왔지만 매번 실패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퇴직금 제도 전환은 사측의 일방적인 요구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사측은 그동안 지속해서 누진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매번 노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 퇴직금 누진제는 부담이다. 장기 근무자가 많을수록 쌓아야 하는 퇴직금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은행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데 많은 퇴직금을 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 입장에서는 단수제로 전환되면 퇴직금이 급격하게 줄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평균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원을 제외하면 사실 낮은 편에 속한다"며 "결국 퇴직금 누진제는 낮은 연봉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 은행 경영 비효율 초래…올해에도 유지되나

문제는 퇴직금 누진제로 매번 양측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 전체 노사 협상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결국 은행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올해도 퇴직금 누진제가 쟁점이 되면서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은 파행을 거듭했다. 사측은 누진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등 임금제도 개선 협상부터 하자는 입장을 내놨고, 이에 노조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함께 협상하자고 맞서면서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91%가 파업에 찬성한다는 결과는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토대로 준법 투쟁에 돌입한 뒤 점차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에서 화두가 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선 노사 모두 '도입'에 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가 있는 한 임금피크제는 유명무실한 측면이 있다"며 "누진제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단수제일 때보다 퇴직금이 더욱 급격하게 깎이기 때문에 신청자가 없을 테고,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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