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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연공서열 따른 '피라미드' 환상 버리자(끝)

  • 2015.06.26(금) 10:19

[흔들리는 은행 임금피크제]③
복선형 구조로 고 연령자 직무 역할 고민
나이·체면 중시 문화 바뀌어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지난 2011년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4년간 850여 개의 지점을 축소하고, 약 6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4년간 4억 6000만 달러의 지점 관리비용을 줄였고, 인건비만 무려 13억 6000만 달러를 절감했다. 비용절감에 성공한 BOA는 순이익 증가라는 해피앤딩을 맞았을까.



◇ 구조조정 능사 아니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새드앤딩이었다. 비용절감 전인 지난 2010년 4대 대형 상업은행 중 최대 규모 이익을 냈던 BOA는 지난 2014년 말 이익 규모 3위로 추락했다. 총 21억 달러의 비용을 줄였지만, 순이익은 260억 달러나 축소됐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비용절감 전략의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개인대출, 기업대출 등 상업은행 부문에서 이익이 축소됐는데 결국 대면 채널 축소로 영업경쟁력이 훼손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국내 은행도 비대면 채널 확대 트렌드에 맞추고, 항아리형 인적 구조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BOA의 사례를 단순히 흘려보내기 어렵다. 일부 은행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희망퇴직이라는 형태로 직원을 내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피라미드형 인적구조로 탈바꿈시키기 어렵다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오히려 명퇴금을 고려하면 애초 기대했던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수석연구원은 "항아리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고연령층을 내보내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차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일각에선 앞으로 길어야 7년 정도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가 점차 정년에 도달하기 때문에 항아리형 구조도 자연스레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이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인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고 있지만, 펀드·방카 등 제휴 확대로 실제 업무 범위는 넓어지는 추세로 생각만큼 업무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 고령 인력 활용 고민? 복선형 구조로

어차피 우리 사회의 인적구조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피라미드형과는 거리가 멀다. 은행도 더는 피라미드를 쫓기보다는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인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것이 임금피크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회사에 충성도도 높고, 오랜 경험을 가진 고급인력"이라며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주는 복선형 인적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수석연구원도 "지점장이 안 된 사람을 무능력자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은행 환경에서 지점장이 되고 안 되고는 점수로 따지면 0.1~0.2점 차이뿐"이라고 말했다.

▲ 미국 인터넷 은행 '알로스타뱅크' 홈페이지 화면. 대형은행 퇴직자들이 만든 은행으로 대출업무는 그들의 노하우를 살려 아웃바운드 형태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은행은 임금피크 대상 직원을 후선업무나 영업점 내부통제·감사 등의 지원업무를 맡긴다. 이쪽은 성과가 티가 나지 않는 업무들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가능한 직무를 개발하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민은행이 임금피크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본봉의 200%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마케팅 직군을 새로 만든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물론 대형은행 한 인사 담당 임원은 "영업 노하우를 살릴 수 있도록 대출 업무도 맡겨봤지만, 기존 영업점과 고객이 중복되는 문제도 있고, 신규 고객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터넷 전문은행 알로스타뱅크는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BOA나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 출신들이 만든 은행이다.


기존 인터넷은행과 다른 점은 예금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지만, 대출 업무는 퇴직자들의 아웃바운드 영업으로 이뤄진다. 특히 SME(중소업체) 대출을 주로 하는데 이는 온라인을 통한 신용평가에 한계가 있고, 릴레이션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SME는 여전히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는데 고령인력의 네트워크와 노하우 등을 활용해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나이·체면 중시 문화,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나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는 고 연령자의 재배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빈번한 사례로 나이 어린 지점장이 부임하면 나이 많은 부지점장은 회의 등에서 자리를 비켜주곤 하는 식이다. 그것이 오히려 어린 지점장을 배려해 주는 듯한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에겐 해당 부지점장이 업무에 소극적이거나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우리은행도 최근 퇴직자의 재취업을 돕는 차원에서 영업점 로비매니저(청경)로 우선 채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흥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지점장을 했던 분들이니 별로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임금피크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업무인 일반직무에 출납업무를 포함하려다 노조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국은 지점장급 직원들에겐 해당 업무를 제외하고 대리급에 대해서만 지점장 재량에 따라 직무를 부여키로 했다.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 사례 모두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선 당연한 반응이란 해석이다. 다만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나이가 아닌 연봉에 따른 피라미드 구조"라며 "나이 많은 분들도 텔러를 10년 이상 하는 분위기로 우리도 이런 문화부터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 연령자가 무조건 관리직을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나 기득권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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