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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은행들 왜 이러지?

  • 2015.08.04(화) 11:24

산업·수출입은행 잇단 대기업 부실
농협은 비리의혹으로 몸살
숙명인가 vs 관리소홀로 자초했나

특수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달리 그 '특수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잇따른 대기업 부실, 기업 구조조정 실패 등으로 은행 건전성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숙명'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손실이 커지면 최악에는 이들 기관에 대한 증자 등으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리스크관리 등 여신관리를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과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농협은행도 최근 리솜리조트 대출 관련 특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농협은행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서 떨어져나왔지만 여전히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때마다 각종 비리의혹과 정치이슈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 특수은행의 위기..농협까지 가세 

수출입은행은 최근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하나같이 최다 여신기관에 속했다. 그만큼 많은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3조 원대 영업손실을 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출입은행 익스포져(이행성보증 포함)는 12조 원대로 전체 익스포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상반기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간 경남기업에 대해서도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5210억 원의 대출과 보증을 하고 있었고, 사기대출로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뉴엘에도 신용대출 1135억 원이 나갔다.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서 수조 원대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분기 3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부채비율 급증 등으로 1조 원 이상의 증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수은행에 속하는 농협은행도 최근 비리의혹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특혜대출 의혹에 이어 최원병 중앙회장의 비자금 관련 수사까지 확대되는 등으로 농협은행의 신용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최 회장 역시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민선으로 선출된 농협중앙회장 3명이 모두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 숙명인가 vs 자초했나

농협은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중앙회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긴 쉽지 않다. 농협중앙회장은 지역 조합장의 선거로 선출된다. 이 때문에 정치색이 짙고, 선거철만 되면 각종 비리의혹과 투서들이 난무하다. 내년 선거를 앞둔 최원병 중앙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로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MB맨 솎아내기'란 해석도 나온다. MB정권 때인 지난 201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8년간 회장직을 맡아왔다.

 

문제는 이런 정치색과 때만 되면 터져나오는 비리의혹들로 인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까지 멍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회장이 농협금융과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지역 안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질 정도다. 금융회사로서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총자산 400조 원이 넘는 금융그룹으로서 업무나 인사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역시 수익보다는 정책금융의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다.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보다 소매금융에 치중하면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대기업 부실로 리스크관리와 사후관리 강화 필요성은 커졌다. 수출입은행의 여신공급액은 지난 2007년 40조 원에 불과했지만, 7년 만인 지난해 79조 7000억 원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40조 5000억 원이 공급된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8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과거 수출업체 등 제한된 영역에만 지원이 이뤄졌는데 MB 정부 때부터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며 "중소기업 지원, 플랜트, 유동성 지원 등으로 업무가 확대됐지만, 리스크관리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진통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영미권을 제외하고 일본이나 독일 등 유럽이 우리와 비슷한 정책금융기관을 갖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협의의 시장 실패 영역만을 지원하거나 위기 때만 지원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공격적인 지원이 이뤄졌고, 자본금을 확대해 왔는데 리스크관리 등의 기능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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