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잦은 보험개혁…현장 없는 탁상공론 논란

  • 2016.04.21(목) 10:30

금감원 차보험 개선안…현실성·필요성 도마
금융위의 보험상품 자율화와 '엇박자' 지적

"보험업계 실무자 등과 과제별로 적게는 3회, 많게는 10회 이상 걸쳐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상품 개발과 판매 여부는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입니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내놨던 자동차 보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에 대해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의욕적으로 여러 개선안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강조해왔던 보험 자율화라는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 과실 비율 따라 보험료 인상 차별화…말은 좋지만

금감원은 앞으로 자동차사고 과실 비율에 따라 보험료 인상 폭을 차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사고가 나면 당사자의 과실 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보험료를 올렸는데, 이젠 과실 비율이 높은 운전자에게 더 높은 할증률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이다.

▲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8일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불합리했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금감원의 취지는 좋지만, 업계 일각에선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과실 비율을 따진다는 게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수치로 나누기도 어렵고, 혹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해도 분쟁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난해한' 과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금감원은 과실 비율 책정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시뮬레이션해보고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보험업계와 최종 협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의지는 있지만, 아직 현실화 단계엔 들어서지 못한 셈이다.

◇ 테스트도 없이 성급한 발표…다둥이보험 '관치' 지적도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다른 과제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사망 위자료가 십 년 넘게 4500만원에 머물러 있는 것을 법원 판례 수준인 8000만~1억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시뮬레이션'이 안 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보험금 인상으로) 보험료가 과다하게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보험금 기준 인상이 소폭에 그칠 수도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그러면서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해 당장 한다기보다 장기적으로 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사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 추진 일정. 대부분 올해 연말까지로 시한을 길게 잡아놨다.

자녀가 많은 이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다둥이 보험'의 경우 발표 시기도 이른 데다가 보험사들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상품은 동부화재가 올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데, 수 개월 전에 금감원이 먼저 알린 것부터 논란이 됐다. 게다가 다른 보험사에도 사실상 강요하는 '정책성 상품'이 될 우려도 있다.

보험권의 한 관계자는 "자녀가 많은 가정의 위험률이 적다는 게 아직 증명이 안 됐을 뿐더러, 차별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며 "전형적인 정책 상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