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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성 공고에 영업까지..."금융 인턴은 괴로워"

  • 2016.07.15(금) 10:54

보험설계사 뽑으면서 금융전문가 인턴 표시
본사 감시 피해서 인턴직원들 영업 내몰기도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이 울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삼성생명, 동부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교육과정을 공고하면서 금융전문가 인턴으로 표시해 낚시 내지는 사기 논란을 낳고 있다. 대학생 인턴을 영업 실적을 올리는데 동원하는 은행도 있다.

험난한 인턴과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금융권 취업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 보험설계사 뽑는데 금융전문가 표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MVP지점은 보험설계사 교육과정 공고에 금융전문가 인턴이라는 표현을 써 혼란을 빚었다.

베이징에서 공부하는 김민수씨(가명)는 지난달 '2016년 차세대 금융전문가 인턴 2기' 공고를 보고 입국했다. 김씨는 인턴 설명회에서 오는 9월 보험설계사 채용을 전제로 면접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전문 금융 교육을 기대한 것과 달랐으며, 아직 학생인 그는 면접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 MVP 지점 관계자는 "면접을 취업 설명회의 통상적인 과정으로 생각해 공고에 쓰지 않은 점이 오해를 낳았지만, 보험설계 업무를 맡는다는 점은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본사 관계자도 "업계에선 보험설계사라는 표현 대신 FSR(Financial Service Representative), 금융전문가 등의 표현을 쓴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표현이 오해를 낳기 충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씨가 이달 여러 차례에 걸쳐 '스펙업'에 올린 글에는 "애초에 이 분야의 지원자가 아닌 이상 낚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금융전문가, 자산관리전문가 같은 표현은 100% '보험팔이'를 뽑는 표현"이라는 댓글이 잇따랐다.

삼성생명의 금융아카데미, 동부생명의 동부금융네트워크 TFA도 같은 지적을 받은 적 있다. 이에 2013년 5월 금융당국은 보험사 임원들에게 모집 과정에서 관리직과 영업직을 명확히 구분할 것을 지도했다. 지난해에도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인턴 프로그램의 내용과 채용 전제 여부를 명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국의 경고에도 수년째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 본사 금지령에도 지점은 '인턴 굴리기'

"친구가 그거 밖에 없어? 이전 인턴은 100명을 끌어왔어!"

지난해 A은행 인턴으로 뽑힌 허대현씨(가명)는 부산•경남•울산 지역의 한 지점에서 일하던 중 인근 대학교에서 신규 체크카드와 통장,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 영업을 했다. 갑작스러운 지시에도 50여명의 고객을 유치했지만 이 같은 질책을 들었다. 결국 허씨는 1년 후인 지난 5일 취업 카페 '스펙업'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통상적으로 대학생 인턴은 사무 보조 업무를 맡는다. A은행 하계 인턴 공고에도 인턴은 창구 업무, 마케팅 지원, 문서 작성을 한다고 나와 있다. 이 은행 인사담당자는 "창구 업무에 영업이 일부 포함되지만 인턴이 직접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 지점에 인사 담당 부행장 명의로 영업 압박을 주지 말라는 공문도 보내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본사의 관리에서 벗어나 지점에선 암암리에 인턴을 영업에 굴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업 업무를 인턴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면 판매 행위가 문제 될 수 있다"면서 "공고만 보면 영업 업무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턴의 판매 실적을 정직원의 실적인 것처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인턴 이름으로 실적을 올릴 수 없는 시스템 상 자신의 성과를 대신 받은 정직원이 일일 우수사원에 선정됐다는 게 허씨의 주장이다.

 


◇ 이렇게까지 하는데…더 좁아진 취업문

금융권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금융사들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은행의 총 채용 규모는 1500여명이었으나 올해엔 100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음 달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는 KB국민은행은 상반기보다 120명 정도 줄어든 규모인 3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40명 정도를, 우리은행도 200여명을 채용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을 줄이며, KEB하나은행은 채용 여부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카드사들도 하반기 채용 규모를 줄인다. 보험사들은 간신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생명, 롯데손해보험, 코리안리, DGB생명이 채용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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