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연봉 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지게 된다. 평가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이 달라지고, 성과급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5단계 등급에 따른 개인평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농협과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국민, 한국씨티, 수협, 대구, 부산, 광주, 제주, 전북, 경남 등 14개 은행과 공동으로 마련했다.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로비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 조합원들이 '해고연봉제저지·관치금융철폐' 총파업 1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연봉 격차 최대 40%…성과급 비중도 확대
가이드라인을 보면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 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진다. 연봉 차이는 부부점장 이상은 30%, 일반 직원은 20% 이상 나도록 했다. 직무에 따른 차등 폭은 10~50% 정도를 둔다. 예를 들어 IB와 자산운용 직무의 연봉 격차는 50%, 여신 심사는 30%, 영업 지원은 15%, 사무 지원은 5%가 나도록 하는 식이다.
기본급 인상률도 평가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부부점장 이상은 3%포인트, 일반 직원은 1%포인트 정도 차등을 둔다. 단 도입 초반엔 최하위 직급에 대해선 기본급 인상률 차등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연봉 중 성과급 비중도 확대된다. 부부점장 이상은 30%, 책임자급은 20% 수준으로 늘린다. 성과와 무관한 고정상여나 최하위 등급 시에도 보장되는 금액은 최소화된다. 이미 보상 구조를 개편해 성과급 비중을 늘리기 어려운 경우엔 실제 지급되는 성과급 금액 차를 늘릴 수도 있다.
직무급도 도입된다. 부점장 이상은 직무급을 반드시 운영하고, 동일 직급 내 3개 이상 직무를 두도록 한다. 일반 직원은 전문 직무부터 먼저 도입한 후 점차 확대 적용한다.
◇ 개인평가 확대…5단계 등급 도입
개인평가도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개인평가는 실적을 평가하는 성과평가와 직무 능력, 태도를 평가하는 역량평가로 구성된다. 개인 성과평가는 평가자와 평가 대상자 간 목표 합의에 기반을 둔 MBO(Management by Objective) 방식을 적용한다.
평가 등급 수는 5개 이상이며, 등급 별 인원 비율은 최소 5% 이상이 되도록 한다. 등급 조정 시엔 최종 의사 결정자의 권한 남용을 위해 조정 인원과 수준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한다. 개인평가 결과는 반드시 공개하고, 1대 1 면담 등 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의무화한다.
평가 합산 시 집단평가의 비중이 최대 80%를 넘지 않도록 해 개인평가를 강화한다. 기본급 인상률 차등 시에도 집단평가보다 개인평가 활용이 권장된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각 은행의 현황과 노조 직원들과 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성과연봉제 도입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금융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금융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9만5천여명을 상대로 파업에 들어갈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해 95.7%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켰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민간 은행에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