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세금의 궁금증을 명료하게 풀어드립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세금 이야기를 소개하고, 절세 방법까지 콕 짚어 전합니다. 나에게 찾아온 세금, 무심코 넘기지 마세요. [편집자]
#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나온 연봉 얘기가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최근 승진한 김대범(가명)씨는 평소 부러워하던 박신중(가명)씨의 연봉을 따라잡았다고 자랑하며 이날 크게 한턱을 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박씨가 실제 받는 돈은 김씨보다 많았는데요. 김씨는 그간 박씨가 동창들을 속였다고 생각해 화가 났습니다. 과연 박씨가 거짓말을 해 온 걸까요?
사전적으로 연봉은 '1년 동안 받는 급여의 총액'으로 정의되지만 법적으로는 회사의 내규에 따라 각각 달리 규정됩니다. 또 세전·세후 중 어떤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인지에 따라 연봉과 실수령액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딱 떨어지는 기준이 없으니 각자 자신만의 잣대로 연봉을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고 싶으면 '세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연봉'을, 반대의 경우에는 성과급 등을 뺀 '세후 수령액'을 연봉이라고 하겠죠.
▲ 그래픽: 변혜준 기자 jjun009@ |
# 비과세 수당이 실수령액 좌우
소속된 회사와 입사일, 급여 등 제반 조건이 모두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수령액에서는 차이가 벌어집니다. 바로 세금 때문인데요. 실수령액만을 놓고 본다면 같은 연봉에서 가장 불리한 쪽은 기본급이 높은 싱글 직장인입니다.
먼저 연봉에서 비과세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실수령액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각종 수당 없이 연 3000만원을 받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A씨의 월 실수령액은 224만원대로 예상됩니다. 반면 상당 부분(800만원)을 학자금(비과세 급여)으로 받기로 한 B씨는 월 251만원을 받게 됩니다. 같은 연봉임에도 비과세 수당의 비중이 크니까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게 되고 실제 손에 쥐는 급여가 27만원 많아진 겁니다.
비과세 수당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쓴 돈을 보상해준다는 성격이 강한데요. 이 때문에 수당별로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월 20만원 이내에서 지급되는 자가운전보조금, 연구활동비, 취재비 등이 있고요. 각종 위험수당과 벽지수당, 식사비, 학자금 등도 비과세 근로소득에 속합니다.
흔히 '세후 연봉'이라고 하면 세금과 더불어 4대 보험까지 차감한 급여를 의미하는데요. 4대 보험 역시 비과세 소득의 영향을 받습니다. 4대 보험은 과세 대상 소득을 기준으로 각각 ▲국민연금 4.5% ▲건강보험 3.06% ▲고용보험 0.65% ▲장기요양보험 0.20% 씩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 가족 많으면 공제 늘어 실수령액 는다
부양가족 수에 따라서도 같은 연봉에서 실수령액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적게 내기 때문인데요.
회사는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기 전에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라 소득세를 원천징수합니다.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는 회사(원천징수의무자)가 급여를 줄 때 근로자가 이후 연말정산에서 받게 될 부양가족 세액공제를 기 반영해 급여·가족수별 세액을 정해둔 표입니다.
다만 모든 가족 구성원이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소득 간이세액표 또한 기본공제대상이 되는 '부양가족'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간소하게는 만 20세가 되지 않은 연 소득 100만원 이하 자녀를 기준으로 계산하고요. 보다 엄밀하게는 생계(동거 등)·나이(20세 이하 또는 60세 이상)·소득(연간 100만원 이하) 등 3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를 부양가족으로 포함해 계산합니다.
일례로 똑같이 3000만원(비과세 제외)의 연봉을 받을 경우 싱글 직장인 A씨는 월 224만원을 수령하지만 쌍둥이 아빠 D씨의 경우 부양가족 공제와 연계된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라 월 실수령액이 228만원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1인 가구에 세금을 물리는 '싱글세'(single tax)가 이슈인데요. 부양가족공제 제도가 있는 한국의 경우 싱글세가 간접적으로 도입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