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하면 흥겨운 공연과 다양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주점은 캠퍼스를 달구는 핫 플레이스인데요. 학생들은 동아리별로 직접 안주를 만들어 팔며 추억을 쌓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축제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모 대학이 국세청 단속으로 과태료를 물게 생겼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인천의 모 대학은 최근 축제 기간에 주류회사에서 구입해 온 술을 팔았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주류판매 면허 없이 술을 판매한 것이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인데요. 학교 측은 앞으로 축제에서 술을 팔지 않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법과 현실의 충돌
그런데 대학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는 관행은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왔는데 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세청은 "대학 내에서의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영업신고가 안된 무면허자의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차라리 교육부가 교육적 취지로 교내 주류판매를 제한하면 모를까 국세청에서 학교 축제까지 단속하는 건 정서적으로 반감을 살 수 있어 불편하다"고 털어놓습니다.
사실 무면허 영업을 단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상인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일년에 2~3일 여는 대학축제가 지역 상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학교 축제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팔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요. 주류판매는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마친 사업자가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하면 면허를 내주는 절차를 거칩니다. 그런데 주점 영업신고를 맡고 있는 구청 보건소는 "영업신고를 하려면 공간과 건물이 있어야 하는데 대학 축제 때 설치하는 주점은 요건에 맞지 않아 신고 자체가 안된다"고 합니다. 애초에 영업신고가 안되니 주류판매 허가도 받을 수 없는 거죠.
술과 담배 판매는 중독성과 위해성 때문에 면허제로 운영되는데, 면허제는 불량품을 솎아내고 탈세를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융통성 없는 법 적용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끼쳐온 것도 사실입니다.
◇ 맥주보이 '불법→합법'
대학 축제의 꽃이라 불리는 주점이 형식적인 요건 때문에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던 '야구장 맥주보이'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세법에서 술 판매는 매장 내에서 소비하는 고객에 한해서 허용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야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술을 파는 맥주보이는 불법이었죠.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자 생맥주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제한된 야구장 안에서 관람객 편의를 위한 주류 판매는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꾼겁니다. (관련기사 ☞맥주보이·와인택배·치맥배달, 허용과 불허 사이)
대학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도 특수성을 감안해 요건을 간소화하는 등 예외를 인정해 주면 어떨까요. 물론 식품위생 문제나 불법 주류유통을 막기위한 장치는 마련해야겠죠. 매년 축제기간마다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들이 예비 범법자가 되는 상황을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