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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통화전쟁]②엎친 데 덮친 한국...4~5월 '고비'

  • 2017.02.15(수) 10:22

미국-중국 환율조작국 신경전 '불똥'
탄핵 정국 등 대내 리스크까지 겹쳐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부터 우려됐던 환율전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전면을 내세운 트럼프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한국도 그 포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정책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은 상태이고 산업계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발 통화전쟁의 실체와 향후 구도를 3편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낮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2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미국 행정부가 이러한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월 8일, 경제동향 간담회)


한반도 주변에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는 대응할 만한 전략도, 여력도 없어 보인다. 통화 권력을 쥐고 있는 미국과 여기에 맞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맹주를 노리는 중국 그리고 전통적인 경제 강호인 유럽과 일본의 싸움판에 한국이 끼어들 여지가 적은 것이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과 이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대응하는 시늉조차 못 하면서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잠하다 싶으면 등장하는 위기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율조작국 후보 명단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함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와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른 조기 대선 등 대내 악재도 만만치 않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정부 "환율조작국 가능성 작다"지만…


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라 4월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월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며 "대외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대책을 마련하고 위기가 되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유일호 부총리의 말대로, 아직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중국과 함께 환율 조작에 관한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법을 뜯어고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경우, 한국도 덩달아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2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90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극단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이나 대만을 먼저 환율조작국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3일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를 환율 조작 행위가 가장 심한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 4월 환율보고서 이후에도 '불확실'

정부의 바람대로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미국이 4월에 환율보고서를 내놓기 전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과 일정 정도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다 하더라도 신경전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마이웨이'로 국제 시장의 분위기가 보호무역으로 빠르게 기울면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정권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문제 삼을 여지가 언제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4일 FTA 재협상 가능성과 관련, "아직 (재협상)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셰일가스 도입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자동차와 항공기 등 제조업 분야 수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유 부총리는 "제조업 쪽에서 미국산 수입을 촉진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내 불안 요소까지…4~5월이 고비

여기에 더해 대내적으로도 악재가 산적해있다. 대우조선 회사채 4400억원의 만기가 오는 4월 돌아오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재차 거론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함께 국내 정치, 경제적 상황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환시장은 벌써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려 환율 일간 변동률은 평균 0.60%로 전달 0.34%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14일에는 중국 위안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4.6원 급락하면서 1130원대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오는 4~5월이 한 차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적어도 4~5월까지는 정부의 보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대내외 충격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위기 돌파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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