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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안 보는 은행들]上 '스카이'보다 영업력

  • 2017.07.18(화) 08:32

면접땐 소개서 안보고 '세일즈' 평가
"명문대 아닌 지원자 점수가 더 높다"

올해부터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학벌, 어학점수 등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채용 현황이 주목된다. 4대 시중은행은 일찍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 면접에서 스펙을 가리는 대신 업무능력을 철저히 평가하고 있다.

은행들이 블라인드 채용에 적극적인 건 실제로 금융상품을 잘 팔 수 있는 지원자인지 보기 위해서다. 학벌이 좋지 않은 임원이 많은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스펙이 나쁘더라도 영업 수완을 갖춘 구직자라면 입행을 노려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 스펙 안 봐서 더 어렵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은 면접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류전형에서는 학교나 나이 등을 적도록 하지만 면접을 볼 땐 지원자의 기본 정보를 채용 담당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일부 은행은 자기소개서조차 참고하지 않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용 담당자가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볼 수 없도록 했다"면서 "지원자의 신상을 철저히 가리고 면접 내용만을 봐 역량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그만큼 면접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은행원으로서 자질을 어림 잡던 과거와 달리 실제 업무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세일즈 면접이다. 지원자가 고객 역할을 맡은 채용 담당자에게 상품을 파는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창구 전담 인력인 개인금융서비스직군 채용을 실시하면서 세일즈 면접을 실시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다.

합숙을 시키면서 단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평가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방식을 수년째 실시 중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게임 방식의 면접을 보면서 협동심을 얼마나 발휘하는지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 프레젠테이션 면접, 인성 면접, 토론 면접 등을 3~7단계에 걸쳐 실시하기 때문에 스펙을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는 평가다.


◇ 스펙보다 영업력…'나도 도전해볼까'


은행들이 일찍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건 지원자의 스펙이 아닌 업무능력을 따지기 위해서다. 업무의 대부분이 영업인 은행의 특성상 학업 성적보다 실제 상품 판매 수완을 중시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과정에서 낮은 스펙의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전 쪽 직원을 뽑을 때 보니 지역 명문 A대학교 학생들보다는 B대학교 학생들이 더 말을 잘했다"고 말했다. 음악대학과 체육대학 출신, 프로게이머 등 상경계열이 아닌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학벌이 좋지 않은 임원 비중이 크다는 것도 스펙에 대한 편견을 덜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부 임원 17명 중 5명은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으며, 지방대학교 출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도 "부문장과 집행부행장 12명 중 4명이 상고 출신"이라면서 "은행이 스카이(서울, 연세, 고려대학교) 출신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 실시하는 만큼 낮은 스펙의 구직자도 은행에 지원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입사 경쟁률이 100대 1이라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를 어느 정도 거르지만 이 단계만 넘으면 태도나 적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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