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하루가 멀다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양 기관이 마치 경쟁하듯 금융소비자 보호를 잇따라 강조하면서 관련 간담회와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일부 금융협회장들은 최근 일주일새 많게는 두세번 금융위, 금감원 등 차례로 불려다닌다.
금융회사들에 비해 약자라 할수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해서는 백번 강조해도 모자랄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제도적인 변화나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방안이 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는 선언적인 구호일 뿐이다.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양 기관에서 되풀이하고, 기관장들까지 불러모으는 최근의 업무 행태는 보여주기식, 혹은 군기잡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몇일간의 일정을 들여다보면, 우선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출범, 첫 회의를 했다. 금융업계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튿날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추석연휴 기간중 금융분야 민생지원 방안 회의를 했다. 6개 금융협회장과 신용보증기금 등 관련기관들이 참석했다. 연휴가 최장 열흘까지 이어지면서 자칫 금융소비자들이 대출 만기나 이자납입 등과 관련해 피해를 보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나왔다. 금융회사의 협조가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굳이 협회장들까지지 불러서 논의할 내용인지에 대해선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25일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를 현장방문해 소비자중심 금융개혁을 발표하고 금융소비자 30명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금감원장은 오전 간부회의를 통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태를 비판하면서 이런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세, 주택자금대출 등의 만기연장 거부 때 소비자가 대체 회사·상품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기간을 부여하지 않거나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점포를 폐쇄하는 행태 등을 꼬집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관련 금감원장 당부말씀' 자료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26일엔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대표 10명을 불러 모았다. 최 위원장은 투자자 신뢰를 강조하면서 "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 이익을 위해 움직여 왔는지, 투자자 이익보다 업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같은날 최흥식 원장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금융회사의 영업행태에 대해 쓴쏘리를 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협회장과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관련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전일 간부회에서 언급한 내용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최근 일주일 사이의 일이다. 대부분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다. 이와 관련해 양 기관이 잇달아 간담회와 회의를 소집하면서 일부 기관장은 일주일새 두세차례나 당국을 방문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들어 정권 코드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이라는 점은 이해가지만 좋은 얘기도 한두번인데 지나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흥식 원장의 경우 공식 취임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식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구체적인 제도개선 등의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언적인 구호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협회장,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