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뼈를 깎는 쇄신과 내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 결과 금감원에 대한 징계수위와 폭이 예상보다 커 안팎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법원 1심 판결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부당 채용 건이 여러 건 발견됐다. 금감원을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0월말에 내놓을 쇄신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도 주목된다. 이 쇄신안에 따라 대대적인 조직 변화와 임원 인사 등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큰 폭의 임원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 잇단 채용비리에 후폭풍 거셀듯
잇단 채용 비리가 불거지면서 금감원에 대한 시장과 금융소비자의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변호사 특혜채용 비리로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이 바로 일주일 전에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최흥식 원장은 법원 유죄판결 직후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 당시 김 부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로 인한 비판여론과 후폭풍도 채 가시기 전에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부당 채용 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부당 채용 건으로만 4명이 면직과 정직 등의 중징계를, 2명은 문책(경징계 이상) 요구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조직의 방만한 운영도 지적됐다. 팀장급 이상의 1~3급 직원이 45.2%에 달하고, 1, 2급 직원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부서에 배치됐다는 것. 업무실적 분석 결과 인터넷 등으로 국내에서 수집가능한 정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8곳의 국외사무소 운영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또 직원중 12명은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실을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로 징계대상은 문책요구 8명(6건), 인사자료 통보 3명(3건), 수사의뢰도 무려 28명(3건)에 달했다. 특히 타인 명의 계좌로 주식투자한 2명에 대해 수사요청을 했고, 부당 직원채용과 관련해서도 3명을 수사요청했다.
◇ 금감원 "기능축소 부서 인력감축·재배치"
오는 10월 최흥식 원장이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쏠린다. 최 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인사·조직문화 혁신위원회'를 가동, 오는 10월말까지 쇄신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사상 처음으로 민간 출신인 최 원장이 발탁된 것은 이런 금감원에 대한 쇄신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원장은 감사결과 발표 직전인 20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금감원은 안팎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직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제가 혁식에 앞장서겠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 임직원이 저를 믿고 일치단결한다면 금감원을 더욱 신뢰받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강도 높은 내부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다. 외부파견 및 기능축소 부서의 인력 감축과 가상화폐·P2P·회계감리 등 감독수요 증가 분야로 인력 재배치 등을 언급했다.
직원 채용도 전면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고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 채용 전과정을 재편하고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고 신고의무 위반자를 엄정조치하는 등의 내부규율도 정립키로 했다.
◇ 임원인사·외부수혈 폭 관심‥아직은 오리무중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대대적인 임원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 교체 폭과 외부수혈 폭에 관심이 쏠리는데,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이미 수석부원장부터 부원장보까지 13명의 임원은 최 원장이 임명되면서 사표를 제출해 재신임을 물은 상태다.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3명은 모두 교체될 전망이다. 김수일 전 부원장은 이미 사표가 수리됐다.
부원장보를 포함해 일부 임원은 이번 감사원의 징계대상에 포함됐고, 통상의 경우라면 부원장보 승진 1순위인 국장들 중 일부도 징계대상에 속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가 많이 남은 임원들조차 거취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소비자보호부문을 포함한 임원의 외부 수혈 폭도 클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된다. 최 원장이 민간 출신으로 금융감독 실무 경험이 부족한 이상 외부수혈이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감원 임원 출신(OB)의 외부 인사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