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두달이 지났지만 꽉 막힌 인사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유광열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각각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자본시장담담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부원장보 등 추가 임원 인사도 다음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조직개편과 각종 금융현안 처리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최흥식 원장은 16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부원장보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도 다 끝나간다"며 "다음주엔 마무리짓고 금감원이 정상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는 임시회의를 열고 금감원장 제청에 따라 유광열 위원과 원승연 교수를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했다.
◇ 금감원 임원 전원교체, 내주쯤 마무리
애초 금감원 안팎에선 이달초쯤 임원 인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인사검증이 지연됐고, 조직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속했다. 최 원장은 지난 9월 10일 민간 출신의 첫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임원 13명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띄워 조직쇄신과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안팎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날 수석부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다음주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 최 원장 입장에서도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 연말께 조직개편도 추진한다. 최 원장은 "지난 20년간의 여러 문제점을 모아서 용역을 맡겼다"며 "1차 안이 이달말에 나오면 내부토의를 거쳐서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 조직개편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감독 기능별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 원장은 "감독 기능은 인허가, 검사, 제재가 있다"며 "(금융회사가)들어와서 나가는 데까지 다 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에 관계없이 감독파트에서 은행 증권 보험을, 제재파트에서 은행 증권 보험영역을 다 맡아 하는 식이다. 그는 "과거엔 원장이나 부원장이 (모든 권역을) 통합해서 봤는데 이제는 아래 층에서도 통합해서 보자는 것"이라며 "조직의 형태보다는 내용이 바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분리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소비자보호는 결론적으론 영업행태에 대한 규제로 건전성 감독보다 더 디테일한 감독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두개로 나누면 금융회사들은 안그래도 힘들어하는데 더 힘들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내부유보 확대", 초대형 IB 초기 건전성 점검 강화
금융회사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국내은행들이 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역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상업은행으로서의 수익성 개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이나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로 국민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배당정책은 은행의 자율결정 사항"이라면서도 "향후 바젤의 자본규제 강화 등에 대비해 내부 유보 확대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에서 인가를 내준 초대형 IB(투자은행)와 관련해 발행어음 등 신규업무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보호 및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초기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과도한 판촉경쟁 등 불건전한 영업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신규 영위업무에 대한 판매실태를 점검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도 실시한다.
자산운용의 국제경쟁력 강화도 강조했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 국제 경쟁력은 자산운용"이라며 "20년 전에는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돈이 있고 연·기금 규모가 큰데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사모펀드 조성을 활성화하고 국제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등의 인프라를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