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금융 인사]①관전포인트-뭣이 중헌디?

  • 2018.02.07(수) 10:40

3월 금융 CEO·사외이사 대거 임기만료
정권 바뀌고 첫 주총..당국-금융권 신경전
지배구조 개선·채용비리·실적 등 키워드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금융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모두 예민해진 모습이다. 긴장도를 끌어올린 화두는 '금융 지배구조 개선'. 같은 이슈를 놓고 당국과 금융업계가 다른 해석을 하며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당국은 '금융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쓰고, 금융지주사들은 '제도개선을 앞세운 최고경영진 물갈이'라고 읽는다. 주주총회 결과는 어떨까?


특히 올해 금융권 주총은 고위경영층(CEO,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교체 폭이 큰 관심이다. 이 상황에서 당국-금융업계 갈등구도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시계제로'다. 주총을 앞두고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저축은행, 여신금융 등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현황, 최고경영진 인사를 좌우할 핵심 이슈를 정리한다. [편집자]

 

 

매년 돌아오는 게 주총이지만 올해가 유독 민감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맞는 첫 주총이란 점에서다.

 

금융업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당국과 검찰조사에 휘말렸고 최고경영진 징계와 구속, 사퇴, 새로운 경영진 선임으로 이어지는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민감할 수밖에 없고 서로 속내를 터놓고 대화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당국과 금융업계 당사자들이나 지켜보는 이들 모두 중요한 키워드를 뽑아내 '판'을 읽어내는 수 밖에 없다. 

 

◇ 관전포인트1 - 비정상의 정상화냐, 정상의 비정상화냐

 

금융당국은 이미 여러개의 칼을 빼들었다. 금융사에 대한 '검사'와 '조사'를 동시다발로 진행중이다. 핵심 타깃은 대형 금융지주사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진은 사실상 한국 금융업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금융당국이 뽑은 칼이 향한 곳은 '사람'이 아니고 '제도'다. 금융당국은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핫한 것이 금융권 채용비리 이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조직적인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뒤 우리은행장 사퇴, 검찰조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 기소가 진행됐다. 금감원은 이어 은행권으로 검사를 확대해 하나·국민·대구·광주·부산 등 5개은행에서 채용비리가 적발됐다며 검찰로 넘겼다. 대부분 은행들은 '조직적인'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채용에 관한 문제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조사와 함께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검사도 진행중이다. 대상은 신한금융, 하나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 JB금융, DGB금융, BNK금융, 한국투자금융, 메리츠금융 등 9곳이다. 당국은 최고경영자 선임과 승계절차, 사외이사제도 선임과 운영의 적정성 등을 점검중이다. 이외에도 하나금융의 특혜대출 논란 등 금융지주사 개별이슈도 조사해 검찰로 넘겼다.

 

금융업계는 이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궁극적인 노림수가 제도개선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최고경영층 물갈이를 위해 '먼지털이'에 나선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에서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외과수술이 이뤄지면 되는데 동시다발적인 조사와 검사가 이뤄지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도덕성 등에 흠집을 내 여론으로 압박하려는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들은 최고경영층 선임을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는 타이밍 문제도 지적한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제도'가 아닌 '사람'에 맞춰질 경우, 금융당국의 지도 하에 이뤄져왔던 금융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부인되고 민간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눈치만 보는 관치금융이 부활하게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부른다.


◇ 관전포인트2 - 장수 CEO는 불가한가

 

금융당국의 금융지배구조 개선 작업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4대 금융지주중 한 곳을 이끌고 있는데다 3연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에서 금융지주 회장중 3연임을 앞둔 CEO는 김정태 회장과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이다. 하지만 김용환 회장의 경우 주총이 한달 뒤인 4월이라 선임절차가 늦은데다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하나금융지주와 달리 100% 지분을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있다. 시선이 김정태 회장으로 모아지는 배경이다.

 

김정태 회장이나 김용환 회장의 3연임은 '우리 금융업계에는 장수하는 CEO는 불가한가'하는 논란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CEO가 보여준 경영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회장추천위원회와 주주들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능력이 인정된다면 3연임, 4연임인들 무슨 문제냐는 것.

 

반면 금융당국에서는 현재 회장 선임 구조가 현직 회장에게 유리해 '셀프 연임'이 가능한 왜곡된 구조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견제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시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해당 금융지주 주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국민연금과 외국인주주들의 표심이 관심사다. 

 

◇ 관전포인트3 - 사외이사, 감사 그리고 노동이사제

 

올해는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등 금융권에서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교체 폭도 관심사다.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과 운영체계가 회장과 밀접하게 돌아가고 있다는게 금융당국의 시각이어서 사외이사 면면에도 시선이 모아질 전망이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이나 보험사도 금융지주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사 또한 사외이사와 같은 맥락에서 얽혀있는 이슈다.

 

이와 관련 올해는 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이사회에 노조가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새롭다.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사회의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도입을 추진하는 쪽 주장이고, 반면에 특정 이해단체 주장만 대변하는 비효율과 주주자본주의에 기초한 금융사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반대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보다 금융사들의 주주권한을 강화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주총에서 노동이사제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관전포인트4 - CEO 등장과 퇴장은 무엇보다 경영능력

 

금융지주와 은행권이 지배구조 개선 이슈에 매몰돼 있는 것과 달리 보험과 여신금융, 저축은행은 경영능력과 경영성적표가 주요 관심사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손해율 하락 등 호재로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전반적으로 손해보험사들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다. 보험사들은 또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특히 중소보험사들은 자본확충과 매각 이슈가 CEO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드사들은 전반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지난해 상당수 CEO가 교체됐다. 올해도 주수입원인 수수료 인하, 조달금리 상승,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여신금리 하락 등 여건이 좋지않아 일부 CEO교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이나 여신금융, 저축은행도 지배구조 이슈가 없지 않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금융지주 CEO 향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지주사 전환 등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 여신금융, 저축은행의 주총에서 CEO가 교체되는 배경과 새로운 CEO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관전포인트5 - 주총 후 후폭풍 있을까

 

주주총회의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몫이다. 하지만 주총 결정 이후에도 CEO 거취가 바뀐 사례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폭발력이 큰 채용비리 문제가 화약고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큰 변수다. 이미 지난해 CEO가 선임된 금융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들은 금융지주 CEO 향방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어 함께 긴장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금융권은 올 한해 인사 후폭풍에 휩쓸려 다녀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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