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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보험상품' 물꼬 트였다

  • 2018.02.09(금) 16:55

헬스케어 서비스 관련 '원스톱 유권해석팀' 설치


꽉 막혀있던 보험권의 헬스케어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지난 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원스톱 유권해석이 가능한 법령해석팀을 신설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헬스케어상품 및 서비스 출시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3월 민·관 합동으로 조직해 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의료법과 헬스케어서비스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했던 보험업계로서는 속 시원한 창구가 열린 셈이다.

보험권에서는 헬스케어서비스와 이를 활용한 상품 등이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음에도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非)의료행위의 경계가 불명확해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보험사는 의료법인과 제휴를 맺어야만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허용 분야도 교육,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기초적인 7가지 사업에 국한돼 있다. 더욱이 헬스케어서비스 진출에 있어 의료계의 강한 반발 등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보험업권은 이에 당국에 명확한 선을 그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 왔으나, 금융당국으로서도 의료법 관련 소관부처가 아니다 보니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헬스케어 관련 보험상품 활성화를 위해 '건강증진형 보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업계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건강증진형 보험은 가입자가 운동 등을 통해 맥박, 혈압 등의 수치를 건강하게 개선시킬 경우 보험사가 건강관리기기 구매비 보전, 보험료 할인·환급, 보험금 증액, 건강관련 서비스 제공 등의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정보를 측정, 축적, 관리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의료행위로 해석될 경우 단순히 수치를 체크하는 것 외에 보험료를 조정하거나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에서 당뇨, 고혈압 환자 등 유병자 상품을 출시하며 영역을 넓혀가려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 정보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규 사업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보험금 지출을 줄이는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병자보험의 경우 위험률이 높기 때문에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 관리를 위해서라도 가입자의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실제 보험업계는 건강관리 앱(app)을 개발해 이를 연동한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또 웨어러블기기(건강관리 디바이스)를 활용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고객정보 활용에 의료법 상충 위험이 있어 진출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나 상품개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난 10년간 해외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음에도 국내의 겨우 의료법 상충으로 인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며 “앱 개발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있었지만 기준이 명확치 않아 상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법령해석팀 조직에 기대를 안고 있다.

신용길 생보협회장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업계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4차산업을 비롯한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 지원을 강조하고, 협회차원에서 기재부, 금융위,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 추진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8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생보업계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해외 선진사례를 조사, 발굴하는 등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도입을 지원하고 건강관리를 연계한 신상품 출시 지원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협회 내에서 헬스케어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홍중 기획전략본부장은 "헬스케어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의료법 부분"이라며 "단순히 혈압을 체크하거나 고객에게 정보를 받는 부분 역시 의료법 위배 소지가 있어 명확한 적용범위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는 웨어러블기기를 제공하는 등 매우 초보적인 수준인데 (법령해석팀 도입이) 범위에 대한 신속한 해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반기는 상황"이라며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모아 논란이 됐던 부분들에 대해 명확히 하고 상품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법령해석팀 조직을 계기로 보다 다양하고 세밀한 부분의 상품개발 및 서비스 진출이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령해석팀 설립 계기는 단순히 유권해석의 시기를 단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개별 사무관이 업무를 담당하며 시간적 한계로 인해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문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부처를 비롯해 민간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민간입장에서 문제점이나 해결책 등을 바라보고 기업들이 실제 원했던 수준의 세밀하고 다양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법령해석팀에 포함될 정부부처나 민간전문가의 구성 역시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총괄운영을 담당하고 기재부 등 다른 부처의 포함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민간전문가의 경우 법률전문가, 의사 등이 포함될 전망이며, 스타트업을 비롯해 보험업계 등의 참여 여부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꽉 막혔던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보험사들이 원하는 부분들이 다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고, 실제 적용하는데까지 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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