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핀셋]치아보험 ③손해율·보험사기 '위험신호'

  • 2018.03.22(목) 17:12

경쟁심화 보장금액↑ 감액기간↓
손해율·보험사기 위험 높아져
계약유지도 걱정..일부사 보장 축소 고심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폭발적으로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치아보험'입니다. 중소형보험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니치마켓(틈새시장)에서 메이저마켓(주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치아보험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국내 치아보험의 시작과 현재 치아보험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편집자]
 


치아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자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로 나선 대형사들이 상품 경쟁력을 위해 보장금액을 확대하고 감액기간을 축소하면서 안전장치들이 사라져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입니다. 감액기간이란 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전액이 아닌 일부만 지급하는 기간입니다. 보장금액 확대와 함께 보함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커지는 요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후 조금 더 빨리, 더 많은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율 악화는 높은 보험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열경쟁의 부작용으로 해지리스크나 보험사기 위험이 높아지면 자칫 시장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 '보장 늘리고, 기간 줄이고'

치아보험 시장은 올해들어 손보 빅5(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와 생보 1등인 삼성생명이 가세하면서 대형사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마케팅 파워를 가진 대형사들이 일제히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 니즈와 맞물리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조>
 


문제는 후발주자들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보장을 확대하면서 너도나도 보장금액을 늘리고 감액기간을 줄이는 등 출혈경쟁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 ‘가보지 않은 길’..손해율의 불확실성

보장금액이 늘어나면 일정부분 보험료에 반영되지만 늘어난 보험료 대비 손해율이 어느정도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전에는 임플란트에 대해 최대 100만원을 보장하고 1년내 치료할 수 있는 치아의 개수도 3개 정도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2년 이상의 감액기간을 둬 치과치료를 앞두고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을 방지토록 했습니다. 가입 후 90일 이내 보험사고가 발병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면책기간), 2년 내에는 보장금액의 절반만 내줘 손해율을 줄여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들은 임플란트 등 보철치료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높이고 개수 제한을 없앴으며 감액기간도 1년으로 줄였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초기 안정장치가 침식된 상태라고 지적합니다.

치아보험은 역선택 위험이 높은 상품인 만큼 감액기간을 통해 손실위험을 완화해 왔습니다. 실제 치아보험은 면책기간이나 감액기간이 지난 후 손해율이 150%~200%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가 이후 급격히 낮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 손해율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손해율이 유지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85% 정도의 손해율이 유지되는 상품입니다. 치아의 개수가 한정돼 있는 만큼 치료이후에는 건강한 상태가 유지돼 손실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액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경우 손실위험이 배 이상 커질 수 있습니다. 감액기간동안 손실을 완충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쌓을 수 있는 구간 자체가 줄어드는데다 보장금액도 확대했기 때문에 손해율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보험을 유지하지 않고 치료이후에 보험가입을 해지할 경우 손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 "보장 수준 다시 낮춰야 하나" 고민 

업계 내부에서도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높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치아보험은 아직까지 경험과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인데 과열경쟁으로 보장금액을 이처럼 확대하고 감액기간을 줄인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사실상 손해율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며 "심지어 재보험사에서도 관련 손해율을 가지고 있지 않아 위험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달라진 담보들을 비교하면 기존 대비 손해율이 2배가 아닌 4.3배가랑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보장치료 개수를 제한한 것은 손해율을 장기적으로 나눠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손해율이 높아지더라도 이후에 신계약 유입 등으로 손해율 70~80%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무제한으로 바꾸면서 단기간에 치료가 몰리고 계약이 해지될 경우 손해율 관리가 전혀 안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일부 보험사의 경우 4월이후부터 보철치료 보장금액을 15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감액기간도 다시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에서도 이미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 보험사기 우려까지 

보장금액을 높이면서 보험사기 위험도 커졌습니다. 국내산 임플란트 사용이 늘면서 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조정된 것과 달리 보장금액을 200만원으로 늘리면서 가격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치아보험은 중복가입 체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재해 등을 위장한 보험사기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보험사기에 대한 대응책이나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입니다. 보험사들은 보장금액을 확대하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5~10년 이후 만기축하금을 없앴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장기간 보험을 유지할 유인이 오히려 사라진 것입니다.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 노동현 한국지점 대표는 "치아가 한정적이고 치과치료를 하고나면 건강한 치아가 유지되기 때문에 치아보험은 초기 손해율이 뛰었다가 낮아지는 구조였지만 개수 제한이 없고 보장금액이 클 경우 이같은 손해율 구조가 깨질 수 있다"며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싸고 재해관련 보장도 가능한데다 중복가입이 체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해 등으로 보험사기 연루 가능성도 큰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 삼성생명이 요실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손실이 너무 커지자 아예 그 시장이 사라졌던 것처럼 치아보험도 경쟁격화로 자칫 시장을 망가뜨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경쟁을 중단하고 유지율을 높이는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