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의 사업과 자산 포트폴리오는 다른 금융지주보다 좋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농협금융에 대한 진단이다. 김 회장은 이에 따라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와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는 향후 김광수 회장과 농협금융이 두가지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자산의 강점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현 상황에 대해 "농협금융의 사업, 자산 포트폴리오는 다른 어떤 금융지주보다 균형있게 분산돼 있지만 부문별로는 자산과 수익이 매칭되지 않고 수익의 변동성도 큰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이익규모, ROA(총자산수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가 낮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ROA는 0.47%로 KB금융지주(0.87%), 신한금융지주(0.82%), 하나금융지주(0.76%)와 크게 차이가 났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자산규모의 차이에 비해 당기순익의 차이는 더 컸다. 농협금융은 지난 1분기 3901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9682억원, 신한금융은 8575억원, 하나금융은 6712억원의 순익을 냈다. 농협금융과 이들 지주간 총자산의 격차는 15% 내외지만 순익은 최대 2배이상 벌어진 것이다.
▲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계열사간 협업"..복합점포 확대 주목
김광수 회장은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우선 과제로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고유한 시너지 자원을 갖고 있다"며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향후 주력계열사인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이 협업하는 전략을 적극 펼칠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에서는 이들 계열사가 동시에 입점하는 복합점포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복합점포는 하나의 점포에서 다양한 업권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증권·보험 등의 단독 점포는 줄이고 복합점포를 확대하는 추세다.
김 회장이 그룹내부에 "개별 회사만의 수익극대화는 자칫 개별적으로는 이익이지만 그룹 차원의 이익이 되지 않는 구성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복함점포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는 평가다. 복합점포는 입점한 계열사의 수익성만 고려해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 "은행-비은행 균형"..NH투자증권 힘주고 보험·캐피탈 체질개선 나설 듯
김 회장은 향후 계열사간 협업과 함께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높이는데에도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기준 농협금융 전체 손익중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 달한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은행 위주의 수익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계열사중에서도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그룹내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김 회장은 초대형 IB로 지정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등을 통해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김 회장이 관료 출신으로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아온 만큼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은 128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 886억원에 비해 44% 늘었다. 수익 기여도는 NH농협은행에 이어 두번째다. NH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경우 실적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함께 NH농협생명, NH캐피탈도 주목받는 대상이다. NH농협생명과 NH캐피탈은 은행과 협업이 용이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NH캐피탈은 글로벌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도록 해 그룹의 해외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수 회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