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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낙하산'을 기다리나

  • 2018.12.06(목) 17:41

이달 27일 이순우 회장 임기 만료
회장후보추천위도 구성 안돼
"정부 시그널 기다리고 있다" 뒷말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곧 임기가 끝나지만 곧바로 업무를 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기는 오는 27일까지인데 중앙회는 아직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정부 의중이 무엇인지를 가늠하지 못한 탓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3월 '임원의 임기가 끝나도 후임 인선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이 상태로면 이순우 회장은 임기가 끝나도 직무는 계속 수행해야 한다.

◇ '낙하산' 기다리나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도 차기 회장에 대해 논의를 하지 못했다. 중앙회 내부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은 내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이는 정부에서 후보군에 대한 언급이나 신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의 '시그널'은 규정에는 없는 일종의 관행이다. 


규정대로라면 회추위가 구성되고 여기서 후보군을 선정해 회장 적격성 검사 등을 실시한다. 여기에 통과한 후보자를 뽑은 뒤 총회를 열어 반수 이상 참석과 3분의 2 이상 찬성 과정을 거쳐 단독후보를 선출한다.

이후 이 후보에 대한 각 저축은행 회원사 대표 찬반투표를 실시해 최종 선임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인선은 이런 절차를 밟기 위한 정부의 '시그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신호는 항상 늦었고 이 때문에 선출까지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전임 임기만료 전에 선출돼 제때 취임한 경우는 2009년 15대 주용식 전 회장이 유일하다.

현 이순우 회장의 선임 과정도 복잡했다. 전임자인 최규연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회추위가 회장직 공모를 시작하자 당시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단독으로 후보에 등록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업계 경력이 짧다며 후보에서 제외하고 다시 공모를 진행했다.

결국 저축은행 경력이 전무한 현 이순우 회장을 선임했다. 이순우 회장은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의 대구고 선배며,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후배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당시 회추위가 정부의 시그널이 오기를 기다리며 공모절차를 진행했다가 일이 엉켰다"며 "이번에 공모절차를 시작조차 못하는 것은 지난번과 같은 해프닝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번과 달리 '시그널'이 온 뒤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회가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 입장을 당국에 잘 전달해줄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 관피아·정피아 뒷말 금융협회장 인선


낙하산을 기다리는 관행은 저축은행중앙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신용정보협회 등 7대 금융협회장 자리는 한때 기획재정부 과장급 퇴직 고위 관료들이 도맡았다.

이같은 구도가 깨진 것은 2016년부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밝히자 7대 금융협회장이 모두 업계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제는 업계 출신이긴 해도 해당 업계가 아니거나 정부 유력인사와의 학연과 지연이 더 부각됐다는 점이다. '정피아'(정치인+마피아)라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에도 관피아나 정피아 논란이 있다.

최근 보험연수원은 정희수 신임 원장의 취임식을 잠정 연기했다. 정 신임 원장은 17~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내다 지난 대선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로 옮겨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국회의원 경력때문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대상인데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은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일면서 취임식이 연기됐다.

최근 화재보험협회가 차기 이사장 후보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해놓고 전원 탈락시킨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인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화보협회는 이번에 보험업계 출신 후보들만 면접을 진행했었다.

지난 2월 신용보증기금이 황록 이사장의 중도 퇴진 이후 그 자리에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을 선임한 것과 KB금융이 기존에 없던 부회장 자리를 신설해 문재인 캠프 출신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선임한 것, 지난해 9월 BNK금융지주가 캠프 출신인 김지완 당시 인산교육재단 감사를 회장으로 선임한 것 등을 놓고도 뒷말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내년에는 보험연구원장과 여신금융협회장, 보험개발원장 등의 차기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최근 금융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업계에서도 강력한 낙하산 인사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낙하산 인사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관 출신 인사를 협회장으로 모셔도 업계를 입단속시키기 바빴지 입장이 잘 대변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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