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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송금시장 '춘추전국'…저축은행은 진입 절치부심

  • 2018.12.26(수) 17:43

인터넷은행·핀테크업체, 수수료 인하 등 은행에 도전
내년부터 카드·증권사 해외송금업 가능
저축은행은 소외…"자금세탁방지 보완 후 도전"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송금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해외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추며 경쟁에 불을 붙였고 최근에는 핀테크업체들이 잇따라 해외송금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년부터는 카드사와 증권사도 해외송금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인터넷은행·핀테크 "해외송금, 더 빨리 더 싸게"


해외송금 시장이 개방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송금은 시중은행이나 단위 농·수협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재외거주 한국인과 국내거주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해외송금 규모가 커지자 서비스가 다양화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핀테크업체 등 비금융사의 해외송금업을 허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해외에 송금한 금액은 109억4000만달러(약 12조1543억원)로 전년 90억8000만달러(약 10조879억원)보다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 1~7월까지 개인의 해외송금 규모만해도 77억7000만달러(8조6325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해외송금 업무를 할때 주로 국제 은행간 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 코드'를 이용했다. 국내 은행에 입금된 돈이 중개은행을 거쳐 외국 수취은행에 도달하고 이를 스위프트코드를 입력해 찾는 방식이다.

문제는 스위프트코드를 사용하면 단계별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모두 금융소비자의 몫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100만원을 시중은행을 이용해 미국에 보낼 경우 환전수수료와 송금수수료, 해외은행과 통신에 사용되는 전신료, 중개은행과 수취은행에 내는 수수료 등이 총 4만~5만원에 달했다.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4~5일 가량 걸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시스템 자체가 다른 송금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송금체계를 간소화해 수수료를 대폭 줄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일반적으로 스위프트코드 대신 은행의 고유번호인 라우팅 넘버(Routing Number)만 사용한다. 스위프트 코드를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수수료가 5000~1만원 수준이다. 일본과 유럽 11개국 송금에 스위프트코드를 사용하지만 8000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케이뱅크의 경우 아예 받는 사람의 계좌정보만 입력하면 필요한 코드를 자동으로 확인해준다. 주소를 한글로 입력해도 영문으로 자동으로 바꿔준다. 수수료는 송금액과 관계없이 4000원만 받는다.

핀테크 업체들은 저렴한 수수료와 함께 송금속도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세운 핀테크업체 '핀크'는 금액에 상관없이 5000원의 수수료만 받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소 10분에서 평균 1영업일 내외로 송금이 완료된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의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크로스(Cross)'를 출시했다. 크로스는 스위프트 대신 엑스커런트(xCurrent) 솔루션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 송금수수료는 송금액의 1% 수준이며 처리 시간은 평균 1시간이다.

이밖에도 이나인페이와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시스퀘어코리아 등 총 24개 핀테크업체가 기재부에 소액해외송금업을 등록했다. 핀테크업체는 기재부에 소액해외송금업으로 등록하면 건당 3000달러, 1인당 연 2만달러까지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다.

◇ 내년부터 카드·증권사도 진출…시중은행 수성 나서

해외송금 시장은 내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해부터는 카드사와 증권사의 해외송금 업무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안에 카드사와 증권사가 건당 3000달러까지 해외송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간 송금 한도는 3만달러다.

카드사와 증권사는 결제망과 거래망 등 해외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다. 이를 이용하면 중개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 대비 절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중은행들도 수성(守城)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당일 수취가 가능한 'KB GPI 프리미엄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송금의 진행 현황을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24시간 추적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송금수수료가 1000원에 불과한 'KB 원 아시아 해외송금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로 국내 거주중인 아시아 지역 국적의 외국인이 주로 사용한다. ATM을 이용해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15개 국가의 110여개 제휴 은행에 송금이 가능하며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1일 이내로 단축했다.

NH농협은행은 계좌번호 없이 수취인 이름과 송금 핀(PIN) 번호만으로도 필리핀에 송금이 가능한 'NH-메트로 무계좌 해외 송금'을 선보였다. 수수료는 아예 없으며 수취인은 필리핀 전역의 8000여 메트로뱅크 전 지점과 제휴 가맹점에서 송금액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 저축은행, 해외송금 시장 소외…"자금세탁방지 능력 보완 후 승인 도전"

다양한 금융사들이 해외송금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제외돼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카드사와 증권사 해외송금 참여를 허용한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안에 자신들도 허용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제외됐다. 몇몇 저축은행은 아예 신사업으로 해외송금업을 준비했다가 허탈해 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수신기관의 이점을 살려 해외송금업과 기존사업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견서를 여러차례 제출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여신금융기관인 카드사도 해외송금이 가능해지는데 수신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명분없는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능력이 다른 업권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능력만 보완하면 허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내년 4월 구축을 목표로 통합전산망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 보완작업에 나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권고하는 위험기반(RBA) 자금세탁방지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시스템이 완성된 이후에는 당국도 더이상 저축은행의 해외송금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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