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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해외송금 허용에 "환영하지만 사업은 신중"

  • 2019.03.29(금) 10:19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보완하면 5월 21곳 우선 허용
경쟁 치열해 수수료 낮아져 '사업성은 고민'

저축은행이 해외송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 해외송금 규모는 2017년 기준 194억달러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진입이 금지됐던 시장이다.

기획재정부는 공무원이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규제는 없애거나 완화하는 '규제 입증 책임제'를 통해 저축은행에 적용되던 해외송금 규제를 폐지할 예정라고 밝혔다.

◇ 자산 1조 이상 저축은행 21곳 우선 허용

지난 27일 정부는 제11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저축은행의 해외송금 금지규정 폐지를 결정했다. 기재부는 우선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 21곳의 해외송금을 허용할 예정이다. 오는 4월까지 관련 고시개정을 완료하고 해당 저축은행들은 오는 5월에는 관련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축은행의 해외송금 업무를 금지해왔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을 통해 카드사와 증권사의 해외송금 업무를 허용했지만 저축은행은 제외했다.

정부는 저축은행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능력이 다른 업권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관련 시스템이 미비하다 보니 저축은행을 통해 테러나 범죄자금이 해외로 송금되거나 혹은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4월 구축을 목표로 통합전산망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 보완작업을 진행해왔다.

또 기획재정부에 수신기관의 이점을 살려 해외송금업과 기존사업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견서를 여러차례 제출했다.

'저축은행은 안된다'던 기재부가 3개월도 안돼 입장을 바꾼 것은 기재부 출신인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올해초 취임한 박 회장은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을 역임했다.

◇ 자금세탁·테러자금 방지 시스템 구축이 핵심

저축은행의 해외송금이 허용될 수 있었던 핵심은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 보완 노력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4월 구축 예정인 통합전산망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권고하는 위험기반(RBA·Risk Based Approach) 자금세탁방지체계를 도입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저축은행을 통해 오가는 자금에 대해 국가, 고객, 상품 및 서비스, 채널, 기타 위험 등의 지표를 통한 위험평가가 실시된다.

이렇게 분석된 자료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연계해 위험도에 따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되며 이를 통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을 위해 쓰일 위험을 미리 방지하게 된다.

◇ 경쟁심화로 수수료 낮아져…시장진입에 신중

저축은행업계는 해외송금 규제 완화를 반기면서도 시장 과열은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해외송금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거 완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우체국과 단위 농·수협에서도 해외송금업무를 허용해주고 증권사와 카드사는 해외송금한도를 현행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할 예정이다.

해외송금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수수료도 내려가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업계에서 수수료를 대폭 낮추면서 신규사업자 시장진입을 방어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수수료가 5000~1만원 수준이며 케이뱅크는 송금액과 관계없이 4000원만 받는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세운 핀테크업체 '핀크'도 송금액과 상관없이 5000원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초 해외송금 업무가 허용된 카드사 대부분 사업성을 이유로 아직 해외송금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해외송금 업무가 허용되면서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수수료가 크게 인하되는 추세여서 사업적인 매력은 전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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