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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만 안되는 '공시송달'…당국은 묵묵부답

  • 2019.08.20(화) 17:09

추심절차 줄여주는 공시송달, 저축은행만 제외
제도개선 요구 5년째 불허
법사위 "변제자력 없어 안돼" vs 업계 "근거부족한 이유"

채권추심을 할때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어려우면 이용할 수 있는 공시송달이라는 제도가 있다. 법원에 서류를 맡기고 이를 관보에 공시하면 송달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금융회사들은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공시송달을 통해 추심을 진행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공시송달제도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관련 서류가 채무자에게 전달되지 못할 경우 강제집행 등 이어지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새마을금고·농협도 되지만 저축은행만 불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채권에 대해 지급명령을 신청할때 공시송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송달할 수 없다'는 것을 소명하면 공시송달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지급명령이 취소돼 강제집행된 돈을 다시 채무자에게 돌려주게 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변제자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는 공시송달이 허용된다.

하지만 저축은행만큼은 소송촉진특례법의 적용대상에 빠져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14년 말 관련법을 개정할때 처음에는 저축은행을 특례법 적용 대상에서 포함했다가 검토 끝에 제외했다.

반면 은행과 보험사, 여전사, 신협, 새마을금고 등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들과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유동화전문회사 등 채권에 대한 지급명령을 자주 신청하는 다른 금융회사 대부분은 소송촉진특례법의 적용대상이 됐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취임 이후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 관련제도 개선 필요성을 알려왔지만 아직 규제개선 움직임은 없다.

법사위는 저축은행의 '변제자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시송달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추심에 따른 강제집행이 취소될 경우 돈을 되돌려줘야 하는데 저축은행은 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법사위의 판단이다.

저축은행업계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과 같은 서민금융기관이면서 자산규모는 비슷하거나 더 적은 지역단위의 새마을금고나 신협, 농협 등도 공시송달 제도 대상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추심은 채무관계가 존재한다는 증거서류도 확보돼있어 강제집행을 취소할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유다.

◇ 독촉절차만 반년…소송으로 해결하면 법원 과부하

공시송달을 이용하지 못해서 겪는 불편은 상당하다.

공시송달은 금융회사가 신청한 독촉사건에 주로 사용된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채무자 주소 불명 등으로 소송절차로 이행된 사건의 대부분이 금융기관이 신청한 독촉사건이다.

독촉사건은 법원이 지급명령을 채무자에게 송달하고 2주내에 이의가 없다면 곧바로 확정돼 판결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대부분 청구원인이 명확해 소송절차에서 다른 증거서류를 제출하거나 증인신문을 실시하는 등 별도의 추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등 민사본안소송을 진행할 필요성이 적을 경우 진행한다.

민사본안소송보다 간단하지만 문제는 채무자의 주소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다.

채무자의 주소가 불명확한 사건을 공시송달을 통하지 않고 일반적인 독촉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채무자를 찾기 위한 특별송달 등의 과정이 필요해 약 6.5개월이 걸린다는 게 사법정책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민사본안소송을 진행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민사본안소송을 통한다면 평균 3개월이면 과정이 끝난다.

만약 금융회사가 채무자를 찾기 어렵다며 채권추심을 독촉사건이 아니라 민사본안소송으로 진행할 경우 법원의 과부하가 문제다.

실제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배드뱅크(채권추심전문업체)인 희망모아가 2006년 1월부터 단 3개월 동안 전국 법원에 총 8만4874건의 민사본안사건을 제기해 전국 법원의 민사재판업무가 마비상태에 빠진 적도 있다.

◇ 파산저축은행 관리하는 예보도 불편

저축은행의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예금보험공사도 불편을 겪었다. 저축은행이 파산한 경우 예보가 파산관재인을 맡는데 예보는 저축은행과 달리 소송촉진특례법 대상이다.

예보는 2015년부터 파산한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을 맡아 약 14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공시송달을 통해 추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예보가 신청한 공시송달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 역할을 할 때는 소송톡진특례법에 따른 정당한 채권자가 아니다'며 직권으로 소송절차회부결정을 한 바 있다.

예보가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각하해 결국 예보는 해당 추심을 수십개의 민사본안사건으로 처리했다. 이후 최근까지 법원은 예보의 공시송달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등에 저축은행의 공시송달을 허용해 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며 귀를 닫고 있다"며 "합리적인 이유라면 수긍하겠지만 저축은행만 공시송달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시송달은 금융에 대한 법률이 아니라 민사소송법과 관련된 것으로 주무기관이 아닌 금융당국이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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