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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인수전 불붙인 한화·하나금융…왜?

  • 2019.01.31(목) 18:25

한화, 금융사업 강화 여신전문업 진출
하나금융, 꼴찌 카드사에서 2위사 가능
롯데카드 직원들 "PE사 매각만은 안돼"

롯데카드 매각이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한화그룹과 하나금융, 오릭스, MBK 등 10여곳이 인수를 희망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카드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롯데카드보다는 롯데손해보험에 매수희망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희망자가 모여든 곳은 카드였다.

◇ '일편단심' 한화, 금융사업 강화 전략

이번 롯데카드 예비입찰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롯데카드가 매물로 올라오자 적극적으로 인수의지를 밝힌 곳이다.

한화생명이 나섰다. 한화생명은 롯데카드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금융계열사를 설립 또는 인수해 금융지주 체제를 시도해왔다. 2011년 한화금융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금융계열사의 업무통합을 시도했지만 의도처럼 잘 풀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주도로 금융계열사 재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도 한화생명의 미래혁신총괄 자리에 오른 김 상무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5곳으로 카드나 캐피탈과 같은 여신전문사는 없다.

2017년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한화 금융계열사 총자산은 148조원 규모다. 계열사별로는 한화생명 126조원, 한화손보 15조원, 한화투자증권 6조원, 한화저축은행 6838억원, 한화자산운용 2090억원 순이다.

한화생명이 총자산 13조원 규모의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6곳, 총자산 규모는 160조원대로 불어난다.

한화그룹은 롯데카드가 한화갤러리아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큰 매력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싶다고 한 점도 롯데카드와 유통업과의 시너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문제는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한화그룹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얻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롯데카드가 국내 최대 유통기업 롯데그룹의 결제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야한다는 얘기다.

◇ 하나금융, 인수성공하면 카드 꼴찌에서 2위로

이번에 롯데카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하나금융은 이미 하나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카드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롯데카드 인수로 덩치를 불려 위기를 넘기고 중장기적으로 카드업계 패권도 노려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은 대출사업뿐인데 상위사(신한·삼성·국민·현대)와 달리 하위사(롯데·우리·하나)는 레버리지 규제에 막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통합 카드사를 출범시킬 경우 카드업계 판도는 크게 바뀐다. 현재 카드업계는 1강3중3약의 구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점유율(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카드론) 1위는 신한카드로 22.0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카드가 19.02%로 2위다. 롯데카드는 11.28%로 5위며, 하나카드는 8.16%로 7위다.

단순계산이지만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양사의 점유율을 합친다면 19.44%로 삼성카드를 제치고 업계 2위가 된다. 1위와의 차이도 2.61%포인트에 불과하다.

내실측면에서도 하나금융으로서는 롯데카드가 괜찮은 매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빅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롯데계열사와의 오랜 관계로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롯데카드 직원들 "PE로 매각은 안돼야"

오릭스프라이비에쿼티(PE)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업체는 한화, 하나금융과 결이 다르다.

금융업계에서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한화와 하나금융과 달리 사모펀드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 내부에서는 사모펀드로 매각을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우선 롯데카드가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되는 것도 구조조정의 좋은 명분이 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만약 롯데카드가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면 신용등급 하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대한 싼값에 사서 구조조정 등으로 일종의 '치장'을 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는 것이 사모펀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2013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했다가 1년여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은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며 "직원 입장에서는 롯데에 계속 남고 싶은 마음이 크며 안된다면 한화나 하나금융처럼 카드업계 내에서 업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곳으로 매각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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