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가 결국 사모펀드에 팔린다.
3일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각 주관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 안갯속 롯데카드 인수전, 승자는 한앤컴퍼니
그동안 롯데카드의 인수전 전망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
인수전 초반은 의욕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하나금융과 한화그룹의 2파전이었다. 한화그룹이 인수 의사를 접으면서 분위기는 하나금융에 쏠렸다. 이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금융지주간 경쟁으로 비화됐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앤컴퍼니의 승리였다.
한앤컴퍼니는 금융업계에서는 생소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과 쌍용양회, 웅진식품, 호텔현대, K카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킨 사모펀드다. 자산 규모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매각에 일괄인수를 도전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는 많지만 본격적으로 투자자금은 회수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에 대해서도 성급한 자금회수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유,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비결은 가격이다.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을 제출한 것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전체 몸값으로 1조5000억원가량을 책정했다. 인수전에 나선 다른 후보들도 이에 맞춰 인수희망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과감히 베팅했다. 롯데카드는 지분 20%를 계속 그룹에 남기고 나머지 80%를 한앤컴퍼니에 1조440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전체 몸값은 1조8000억원으로 롯데그룹의 희망가격보다 3000억원 높게 인정받은 셈이다.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카드업계 전체가 어려운 만큼 향후 롯데카드 실적에 따라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롯데카드 내외부에서는 금융지주가 아닌 사모펀드에 팔린 것 대해 아쉽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기존 금융지주에 인수될 경우 해당 지주사 소속 카드사와의 합병을 통해 카드업계 판도 흔들 대형사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금융지주와 같은 전략적 투자자보다는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규제때문에 어떨 수 없이 롯데카드를 팔지만 향후 규제가 바뀌거나 우회로를 찾을 경우 재인수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사실 카드를 팔고 싶지 않지만 공정거래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것"이라며 "만약 롯데카드가 다른 금융사에 가버릴 경우 재인수 기회는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임직원 고용보장과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선정했다"며 "롯데카드는 매각 이후에도 20%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아 롯데카드와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간의 다양한 제휴 관계를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롯데손보 품은 JKL, 어떤 곳?
롯데손보의 롯데그룹 측 지분 58.5%를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4270억원에 인수할 전망이다. 롯데손보의 전체 지분 가치는 약 7300억원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카드와 달리 롯데그룹에 지분을 남기지 않았다.
롯데손보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JKL은 지난 2001년 구조조정 자문회사(CRC)로 출발한 사모펀드다. 사명은 창립멤버인 정장근 대표와 강민균 부사장, 이은상 부사장의 영문이름 첫 글자에서 따왔다. 자산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미국 닭고기업체 알렌패밀리푸드 인수전 당시 하림의 인수자문사를 맡아 1400억원 규모의 해외기업 M&A를 성공시키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17년에는 사모펀드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M&A 성적표도 준수하다. 테이팩스와 하이브론, 원방테크, 두올, 동해기계항공, 블루홀 등 M&A 시장의 크고작은 매물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지난 2015년에는 닭고기 회사인 하림과 컨소시엄을 꾸려 해운업계가 노리던 팬오션 인수에 성공했다.
이번 매각이 끝나면 롯데손해보험에는 더이상 롯데그룹의 지분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 측은 롯데손보와의 협업관계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 이후에도 현재 롯데 계열사와 맺고 있는 협업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본계약 체결과 당국의 승인 과정 등 남은 절차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거래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운용자산은 국내 2위 수준인 6조5000억원"이라며 "인수 이후 예상되는 추가 자본확충 부담만 뛰어넘는다면 주주에게 충분한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은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와 오는 13일까지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당국 대주주 심사가 끝나고 약 7월 이후 최종 매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만약 본계약이 불발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의 우선적배타협상권이 소멸되면서 차순위협상대상자에게 기회가 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