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한앤컴퍼니, 롯데카드 인수전 승리 비결과 숙제

  • 2019.05.09(목) 18:13

후한 몸값·고용승계 앞세워 대형금융사 제쳐
지분파킹 의심·신용등급 유지·대주주적격성 등 과제

롯데는 롯데만 생각했다. 당연한 얘기다. 카드업계 재편의 기회라거나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부분 강화라거나 하는 얘기는 롯데그룹 밖의 얘기다. 롯데카드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를 선택한 롯데그룹을 위한 변명이다.

롯데카드가 어디에 팔릴 것인가에 대한 예상은 대부분 빗나갔다. 하나금융과 같은 카드사를 보유한 대형금융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카드시장 판을 바꿀 것이라는데 주목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을 깬 한앤컴퍼니의 승리 비결은 단순하다. 바로 돈이다.

◇ 대형금융사 제치고 우선협상자 선정

롯데카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건 하나금융이다. 지난 3월 롯데카드를 방문한 하나금융 인수준비단은 "그냥 인사나 하러 왔다. 이제 우린 식구"라며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나카드와 롯데카드가 합병될 경우 카드시장 시장점유율은 2위가 된다. 1위 신한카드와의 차이도 3%포인트 정도에 불과해 업계 패권을 노려볼만 했다.

여기에 인수전 초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한화그룹이 최종 제안서를 내지 않아 하나금융의 독주가 예상됐다.

이변이 없어 보이던 M&A시장에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MBK에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우리은행과 손잡았다. 우리은행이 자회사로 거느린 우리카드는 하나카드보다 점유율이 더 높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만나도 카드업계 판이 바뀐다.

우리카드가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하면서 매년 수천억원의 대행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롯데카드 인수에 따른 결제망 흡수 시너지도 확실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곳 다 물먹었다. 승자는 한앤컴퍼니다. 비결은 단순했다. 롯데카드 몸값을 가장 높게 쳐준 것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 자금으로 '약 1조원이 준비됐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우리은행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에서 받고 싶어하던 롯데카드의 몸값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롯데 측은 롯데카드 전체 몸값으로 1조5000억원가량을 책정했다. 매각되는 지분 약 80%는 약 1조200억원이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희망가로 약 1조44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전체 몸값을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본 것이다. 받겠다는 돈보다 더 많이 주겠다는 곳이 나타났다. 몸값을 낮추려던 경쟁사들이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

한앤컴퍼니는 나아가 롯데그룹이 요구한 '기존 임직원의 고용승계와 롯데그룹의 이사회 참여 등'의 조건도 수용했다. 하나금융이나 우리은행의 경우 기존 카드사와 합병 문제가 고용승계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것과 대비된다. 특히 MBK의 경우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유통사들과 롯데카드 시너지에 훼손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인수 완료까지 남은 숙제 세가지…파킹 의심·신용·적격성 

우선협상대상자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한앤컴퍼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았다. 우선 지분 파킹이 아니냐는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카드사업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직접 카드업 허가를 받는데 실패하던 중 2003년 동양카드 인수에 성공하면서 염원을 이뤘다.

이번에 롯데카드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규제에 따른 어쩔수 없는 조치다.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그룹은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드업계에서는 사모펀드에 롯데카드 지분을 맡겨두고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다시 재매입하거나, 지주회사 밖의 회사를 통해 지분을 되사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부인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파킹을 위해서는 우선매수청구권이나 풋옵션 등에 대한 조건을 걸어야 하지만 그런 내용이 없다"며 "만약 그런 시도를 할 경우 금융당국이 허가를 내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앤컴퍼니가 경영의 묘를 발휘하기 힘든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롯데카드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카드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에 올렸다. 모기업의 자금지원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여윤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투자자의 회수전략에 따른 사업과 재무적 불확실성에 노출됐다"고 설명했고,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도 "PEF의 사업 목적이 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얻는 데 있다는 점에서 유사시 투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의 평가는 자금조달이 중요한 카드사로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계열 은행도 없는 마당에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이슈가 이어질 경우 조달금리가 치솟을 위험이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도 벽이다. 최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KT 새노조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과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노조는 한앤코가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엔서치마케팅을 KT 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가보다 높게 몸값을 측정했고 이에 대한 이익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실제 KT와 카카오는 해당 규제에 막혀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데 난관을 겪고 있다.

물론 한 대표와 관련한 사안은 아직 KT 노조의 고발 단계라 실제로 적격성 심사 문제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쟁자 대비 가장 많은 돈을 쓸 예정이지만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에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라며 "또 카드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와중에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시너지를 잃게 되는 롯데카드가 PEF에 어떤 투자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