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인사나 하러 왔습니다. 이제 한 식구니까요."
지난 3월 롯데카드를 방문한 하나금융 인수준비단 관계자가 한 말이다. 2월 한화그룹 등과 함께 예비인수후보중 한곳으로 선정된 뒤 본입찰에 대비해 롯데카드 경영상황을 실사하러 왔을 때다. 하나금융의 인수 의지와 자신감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9일 롯데카드 본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뒤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하나금융이 유리한 이유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하나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3곳이 참가했다. 이르면 이달말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과 2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화그룹은 결국 불참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 결과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실제로 경영할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로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 다른 두곳은 재매각이나 상장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 목적인 재무적투자자(FI)다.
하나금융이 다른 두곳에 비해 유리한 것은 또 있다.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카드와 롯데카드 시너지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카드업계 판도는 크게 바뀐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중 신용카드 이용실적 점유율(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카드론) 1위는 신한카드로 22.03%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카드가 19.04%로 2위다.
매각 대상인 롯데카드는 11.04%로 5위며, 하나카드는 8.25%로 7위다. 8위인 BC카드는 신용판매업이 주수익원인 다른 7개사와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하나카드가 사실상 업계 꼴찌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단순 점유율 합계는 19.28%로 2위 삼성카드를 앞지른다.
카드업계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최근 빅데이터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롯데계열사로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롯데카드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최근 빅데이터사업이 카드사에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되면서 중요도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를 매각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막강한 유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카드, 하나카드와 전략적인 제휴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지분 일부를 남겨둬 전략적인 제휴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전략적 투자자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향후 인수가격·구조조정 등 주목.."시너지에 달렸다"
관건은 인수 가격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로 1조5000억원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실탄은 넉넉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에 5560억원의 연결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63.0%(2148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연결이익잉여금 수준은 14조2240억원이다. 올해 지난해 수준의 이익을 낸다면 연말이면 15조원이 넘어설 수 있다.
지난주 하나금융그룹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승렬 재무 총괄 부사장은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없이 1조원 정도 준비됐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내외부 관심은 구조조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롯데카드의 지난해말 기준 정직원수는 1426명으로 707명인 하나카드의 두배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급여 총액도 롯데카드 941억원, 하나카드 745억원이다.
하지만 롯데카드 직원들은 재무적 투자자보다 하나금융에 인수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보다 하나카드와 롯데카드 시너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는 데에는 규모의 경제가 한몫하고 있다"며 "(카드업이) 위기상황이지만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카드 직원 입장에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PEF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인수되는 것보다는 훨씬 따뜻할 것"이라며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얼마나 보장받느냐가 향후 인력조정 작업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