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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명예퇴직]下 눈치 안보는 명퇴금 잔치

  • 2019.02.22(금) 16:25

명예퇴직에 대한 시선 달라졌다
명퇴금 올리자 노조 반발 줄어..당국도 권장
당사자도 임금피크 도입에 명퇴 선호

[금융 명예퇴직]上 작년 명퇴금 1조4천억 육박에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은행에서 명예퇴직은 정례행사가 됐다. 은행은 임금피크 대상자를 상대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면 임금피크 대상자 대부분은 명예퇴직을 신청한다. 임금이 깎이면서 버티는 것보다 명예퇴직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해서다.

어느 쪽도 반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예퇴직을 반기는 분위기다. 노조도 명예퇴직에 동의하고 금융당국은 은행의 명예퇴직을 장려하고 있다. 고연봉자 1명을 내보내면 2~3명의 신입사원을 받을 수 있는 고용효과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과거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은행은 명예퇴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예퇴직 대상자들도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2005년부터 은행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고 2014년 씨티은행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4년 씨티은행이 최대 60개월(5년)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는데 일부 직원들은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아갔다"며 "과거에는 은행 입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그냥 나갈 인력에 돈을 더 얹어줄 필요 없다고, 행원 입장에선 퇴직보단 버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씨티은행을 계기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2005년부터 순차적으로 은행에 도입된 임금피크 제도가 명예퇴직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임금피크는 일정 연령 이상되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명예퇴직과 결합되면서 오히려 퇴직을 앞당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 현재 은행의 임금피크 시행 진입 시기는 56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가 도입되면서 은행원의 정년은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됐지만 임금피크 도입시기인 56세가 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나고 있다"며 "임금피크 도입으로 은행원 정년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가 처음 도입될 당시엔 정년이 연장된 만큼 더 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임금피크 대상자가되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회사 명예퇴직을 장려하고 있다. 작년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희망퇴직 얘기를 꺼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은행에 눈치 안 줄테니 희망퇴직 적극적으로 하고 퇴직금 올려주는 것도 적극 권장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여론 때문에 퇴직금 많이 못주고 그래서 희망퇴직이 잘 안된다. 퇴직금 많이 줘야 받는 사람도 알아서 할 거 아닌가. 눈치 보며 지내는 것보다 퇴직금 받아 새로운 사업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10명 퇴직하면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고 그게 퇴직금이다. 일반은행에도 희망퇴직을 권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 2016년부터 은행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여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은행 노조도 명예퇴직에 대해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회사 측이 제시한 명예퇴직 조건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명예퇴직은 노사 합의사항인데 한때 노조와 굉장한 진통을 겪었다"며 "조건이 좋아지면서 명예퇴직이 연례행사처럼 매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거액의 명예퇴직금은 부담스럽지만 명예퇴직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깰 수 있는 가장 마찰이 적은 방법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명예퇴직을 통해 항아리 위쪽에 튀어나온 부분을 깨서 삼각형 모양의 인력구조로 바꾸려고 한다"며 "명예퇴직 제도가 은행 인력을 선순환 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의 퇴직금 잔치에 대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IMF외환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은행이 평균 1억원대의 연봉과 4억원대의 명예퇴직금까지 받으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이 파업을 강행하면서 은행권 전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며 “행장 보수보다 많은 행원들의 퇴직금이 용인되긴 쉽진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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