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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희망퇴직]②무한경쟁, 비정해야 산다

  • 2019.01.18(금) 17:38

증권사 M&A, 계약직 비중 확대 추세
성과 기반 특성상 자발적 계약직 많아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가 290여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비정하리만큼 차가운 이 업계의 '감원'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사실 증권업은 은행이나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업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고 시장 참여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다보니 증권사들은 증시 불황 시기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슬림화하거나 인력 효율화 및 재배치 등의 방식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증권업이 다른 금융업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핀테크 기술의 발달 등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 개척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 증권사 M&A 이후 계약직 확대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 58곳의 전체 임직원 수는 3만6220명으로 전년 같은달(3만5694명)보다 520명 가량 증가했다. 

 

임직원 수는 여의도 증권가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듬해인 2011년 4만4000명(증권사수 64개)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 살짝 반등하는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요 증권사들이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계약직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 업계 2위 NH투자증권의 계약직은 2018년 9월말 기준 598명으로, 2017년말 535명에서 60여명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직원 가운데 계약직 비중은 19%에서 21%로 확대됐다.
 
아울러 삼성과 KB,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계약직을 늘리는 추세다. 주요 증권사들의 전체 인력은 최근 큰 변동이 없어 보이나 자세히 보면 정규직이 줄어든 만큼 계약직이 늘어났던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2012년 이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평균 계약직 비중은 2016년 4분기 22.8%로 2013년 3분기 16.6%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을 시작으로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및 현대증권과 KB증권 등 10개 업체간 M&A가 이뤄지면서 증권사들은 전반적으로 인력을 줄여왔다.
    

◇ 경쟁 치열하고 철저한 성과주의


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계약직이 확대되는 현상은 증권업 특성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증권사는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성과와 연동한 연봉 체계가 자리잡고 있고, 자발적 계약직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 직원의 평균연속이 은행과 보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것과 연관지을 수 있다. 증권사는 장기근속과 이에 따른 연공 서열식 임금보다 성과연봉제와 조건에 따른 다른 기업으로 이직이 빈번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아울러 증권업 종사자는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계약직 형태라 하더라도 영업 성과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얼마전 미래에셋대우의 임원으로 영입된 김연추(39) 전(前)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의 급여를 받아 증권업계 '연봉킹'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반기보고서부터 임원과 직원 구분없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상위 5명이 공개되면서 일반 직원 가운데 고액연봉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철저하게 성과제 기반의 증권 업계에선 직원이라도 실력이 좋으면 CEO나 오너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증권업이 다른 금융업에 비해 경쟁 강도가 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는 58개사다. 10년 전인 64개사에 비해 다소 줄었으나 은행이나 보험, 카드 등 타 금융업권과 비교해 시장 참여자가 많은 편이다.

 

60여개의 증권사가 서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증권업이 유독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금융 환경에 따라 수익이 출렁거린다. 자연스럽게 증시 불황 시기엔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증권사들은 주력인 위탁매매를 넘어 자산관리와 IB 등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으나 여전히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높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증권과 다른 금융의 경계가 희미해지는데다 금융업 전반으로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고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고 있어 증권업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증권사 직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사업 부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 재교육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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