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단종된 카드만 30개가 넘는다.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이 컸던 카드들을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유는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최근 수년간 가맹점 수수료를 반복적으로 인하해왔다. 그에 맞춰 대출사업을 늘리거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응했다.
카드사들은 시장점유율은 유지해야 한다며 고객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해왔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하소연이다.
◇ 알짜 카드 단종·부가서비스 축소 이어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한 중·소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들의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3년마다 이뤄지는 카드 수수료율 조정 시기에 맞췄다. 이번에는 수수료율을 낮춘것뿐만 아니라 우대가맹점 대상 자체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올해부터는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자영업자들이 연 78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카드사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결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여 수익감소에 대응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FINETECH 카드 베이직형'의 단종을 결정했다. 단종예고 이틀만에 발급이 중단됐다. 이 카드는 할인 영역이 다양하고 전월실적 기준도 낮은 편이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던 카드였다.
KB국민카드는 특히 이동통신사와 서비스를 제휴하던 카드 상당수를 단종시켰다. 올해 들어 20여개 제휴카드 발급이 중단됐다.
각종 서비스 종료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우수고객 대상 단기카드대출 이용수수료 할인서비스와 무료주차서비스, 제휴영화 할인서비스 등을 종료시켰고 신한카드는 우수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의 선정기준을 이용금액에서 점수제로 바꿔 문턱을 높였다.
현대카드도 M포인트의 네이버페이 이용과 하나카드의 YES기프트카드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카드도 일명 '돼지카드'로 불렸던 삼성충전카드의 기프트·선불카드 충전 기능을 막았다.
◇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난항.."무이자 할부 축소 불가피"
이같은 카드 혜택 감소는 최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 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이미 현대·기아차와 카드사 수수료 협상이 사실상 카드사 패배로 마무리됐고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들과 수수료율 협상에 나섰지만 교착상태다.
현재 카드사용액 기준으로 대형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은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카드사 입장에서 수수료율을 충분하게 올리지 못할 경우 대형가맹점에 제공되던 각종 카드서비스를 줄여야 하고 수수료가 인상되면 대형가맹점이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특히 대형가맹점과 관련해 대표적인 혜택인 무이자 할부서비스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대형가맹점들과 다양한 제휴를 통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해왔다.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계약이 카드사에 불리하게 맺어진다면 무이자 할부 혜택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형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강제하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은 카드사가 적자카드를 운영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지출한다고 지적하지만 설계 당시 적자를 염두에 두고 만든 카드는 없다"며 "당국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수수료율에 손을 대서 적자카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 감소로 카드 서비스를 줄이려 해도 허용하지 않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며 "이벤트성으로 제공되던 각종 서비스를 줄이고 적자구조가 된 카드를 단종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