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성장판이 닫혔다.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현 상황에서는 KT가 케이뱅크 대주주가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T와 케이뱅크는 사업적으로는 완벽한 파트너가 될 수 있었지만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결별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 KT 대주주적격성 심사 무기한 연기…최소 5년 전망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조달청 등이 발주한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12건의 입찰에서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담합한 혐의다. 과징금 규모는 총 133억2700만원이다.
검찰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과정은 향후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실례로 KT의 계열사인 KT뮤직은 2011년 공정위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뒤 5년 뒤인 2016년에야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공정위의 과징금은 15개 업체에 대해 188억원 규모였으며 판결에 따른 벌금은 각 1억원이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장기적인 소송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을 통해 형을 확정짓고 이후 또 5년이 지나야 비로소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검찰수사와 재판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와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KT가 신청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계속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KT 내부에서도 "손떼자" 목소리
규제가 바뀌지 않는 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을 가지려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실상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금융위의 결정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현행 법에 따른 것이고, 해당 규제에 대한 개정요구는 있지만 실제로 추진중인 개정작업은 없다.
이에 따라 KT가 케이뱅크에서 손을 땔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KT 관계자는 "그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증자가 난항을 겪자 회사 내부에서도 케이뱅크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말이 나오던 상황"이라며 "어찌 보면 다른 주주들에게 KT가 폐를 끼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가 없는 다른 계열사를 내세워 지분을 넘기거나 백기사 등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모두 편법"이라며 "깔끔하게 대주주가 되기 어렵다면 서로의 발전을 위해 이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출상품 판매 중단 장기화…"새 대주주 찾아야"
케이뱅크는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에 따라 전환주 발행을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 브리지(가교) 형태로 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새롭게 참여할 주주사도 찾고 있다.
문제는 전환주를 발행할 여력도 크지 않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전체 주식의 25% 범위 안에서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를 추가 발행할 수 있다. 이미 케이뱅크는 2017년 9월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1000억원 규모의 전환주를 신주로 발행해 자본금을 확보한 바 있다.
상법과 케이뱅크 정관에 따라 남은 전환주 발행여력은 617만주가량으로 액면가로 환산할 경우 4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도 확보해야 대출영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인 유상증자가 필수다.
현재 케이뱅크 대출상품 중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신용대출',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등은 새로 가입할 수 없다. 증자를 하지 못해 자본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KT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면 새로운 대주주라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돈이 돌아야 은행이 산다"며 "고객을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케이뱅크는 KT와 헤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생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