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KT가 신청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전면 중단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심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일정 자금을 조달해 시간을 벌고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것은 KT가 정부 입찰에서 다른 통신사들과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황창규 KT 회장이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담합 사실이 인정될 경우 실질적으로 케이뱅크 대주주가 되는 길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이 수백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공입찰 참여 제한까지 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KT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고 재판결과가 나오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금융위가 적격성 심사를 재개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비슷한 사례도 있다. 금융위는 2003년 발생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8년이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론스타에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 요건을 갖추도록 명령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룰 당시 금융위 상임위원이었다.
한편 금융위는 공정위 조사 기간은 승인처리 기간인 60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승인처리 기간은 미뤄졌지만 케이뱅크는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 이미 KT의 대주주 적격성 통과를 전제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금납입일은 오는 25일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적격성 심사를 재개하겠지만 일주일내로 이뤄지긴 무리다.
KT는 심사만 통과하면 증자를 통해 현재 10%인 케이뱅크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도 증자를 통해 자본금도 1조694억원으로 늘리고 사업초기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발생한 자본잠식 상황도 개선할 예정이었지만 어렵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케이뱅크는 예정된 유상증자를 분할해서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케이뱅크는 전체 주식의 25% 범위 안에서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를 추가 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 우리은행과 KT, NH투자증권 등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없는 전환주를 발행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추가 투자자 섭외도 진행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다른 기업이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로 새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 및 대상 기업과의 협의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급한 불을 끈 뒤 대주주 자격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이번 증자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KT 관계자는 "현재 케이뱅크는 증자를 하지 못해 대출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기도 힘들고 사업에 걸림돌까지 되는 상황이라 철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