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지용(가명)씨는 급한 돈이 필요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비상금 대출’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일부 금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등급 조회서비스에서 1등급을 받은 만큼 대출금리도 저렴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 씨의 신용등급은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 기준 1000점 만점에 1000점 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오 씨가 카카오뱅크의 비상금 대출을 신청해 보니 대출 금리는 4.58%로 산정됐다. 해당 상품의 최저 금리인 3.67%보다 1%포인트 가량 높았다.
오씨 뿐만 아니었다. 직장인 서세욱(가명)씨와 박민상(가명)씨 역시 카카오뱅크에서 신용등급 조회 결과 1등급인 979점과 943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 상품의 금리는 5%수준 이었다.
◇ 신용등급조회서비스.."참고자료일 뿐"
통상 신용대출은 대출받는 차주의 신용등급이 금리 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담보가 없는 '신용'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대할 수 있는 대출 금리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금융사들이 신용등급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쉽게 알 수 있게 됐지만 실제 대출을 신청할 경우 생각보다 높은 금리가 산정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신용등급조회는 절대적인 자료가 아닌 참고자료로만 활용되며 대출 심사때 신용등급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검토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용등급조회 서비스는 제휴하고 있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가 제공하는 자료"라며 "고객이 자산관리를 더욱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일 뿐 이를 기반으로 대출이 집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대출 시에는 CB사가 제공하는 신용등급을 참고하긴 하지만 은행별 신용등급관리 시스템에 따라 신용등급을 재평가 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은행에 따라 금리와 대출한도가 차이가 나는 것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은행은 대출을 해줄때 신용정보사들이 제공한 신용등급과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한다"며 "금리 뿐만 아니라 한도 역시 이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조회 서비스만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최저금리,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신용대출을 받을때 최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신용등급을 ‘어떻게’ 쌓아왔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봤을 때 높은 신용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하더라도 금융거래 실적을 쌓은 기간이 짧다면 실제 은행에서 대출 시에는 신용등급을 더 낮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10년간 금융거래를 해서 1등급을 받은 사람과 3년간 금융거래를 해서 1등급을 받은 사람을 비교해봤을 때 10년간 금융거래를 한 사람이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시간 역시 신용 평가때 중요한 항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직하고 있는 회사와 재직기간 등도 영향을 준다.
그는 "우량 기업에 재직할수록 기대할 수 있는 금리가 낮아진다. 급여를 제공하는 회사가 탄탄하다고 판단될 경우 소득이 안정적이라고 평가돼서다. 재직기간도 이와 같은 이유로 금리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려해야 할 것은 기존 대출 이력이다.
B은행 대출심사역은 "대출이 있을 경우 체납하지 않고 잘 갚아왔다면 신용등급은 높겠지만 새로운 대출을 신청 할 경우에는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되면서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에는 금리는 물론 한도에도 영향을 끼쳐 신규 신용대출 시 기대한 만큼의 금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출 여부가 신용등급과 동시에 중요한 항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금서비스, 마이너스 통장 등의 금융 서비스는 상품명에 '대출'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금융사들은 대출로 판단한다"며 "신용대출을 새로 받고자 할 경우 이러한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면 금리와 한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