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중개사업계가 보험중개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상법 개정 건의서를 이번주 내로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상법상 보험모집채널 중 하나인 보험중개사에 대한 정의와 규정이 명확치 않아 법적인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14일 보험중개사업계에 따르면 보험중개사협회는 이번주 중으로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상법 보험편 개정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상법 보험편 제646조의 2(보험대리상 등의 권한)는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등 여타 보험모집종사자의 개념 정의와 권한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중개사에 대해서는 별도 정의나 권한이 언급돼 있지 않은 상태다.
보험중개사는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와 달리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조직으로, 보험모집조직 내에서도 차별화된 성격을 지닌다. 또 기업보험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조직으로, 보험계약자의 위험을 확인하고 평가·분석하는 등 위험관리자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 등 기존 모집조직보다 도입이 늦으면서 그동안 법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행 보험업법상에는 보험중개사를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상법 보험편에는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이외 보험중개사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보험중개사업계는 '보험업법은 보험사나 보험설계사 등 모집관계자 등을 감독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국내외에서 보험중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상행위를 총괄적으로 규율하는 상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법상 보험중개사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어 중개사 권한이나 영업범위 확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중개사업계 주장이다.
이에 따라 보험중개사업계는 법학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상법 보험편 제646조의 2의 제목을 '보험대리상 등의 권한'에서 '보험모집종사자의 권한'으로 변경하고 세부안에 '보험중개사는 보험자(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거나 보험계약자와의 계약에 의해 보험계약자를 대리할 수 있다'는 정의 및 권한 내용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보험중개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일반보험은 브로커(보험중개사) 마켓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재보험 등의 영업을 위해서도 해외와 맞물려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국내법(상법)에 보험중개사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 같은 부분이 해외 법인들과 거래나 영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중개사는 보험사와 독립적으로 소비자 편에서 소비자보호와 리스크매니지먼트(위험관리) 기능을 하는 유일한 모집조직인 만큼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이 같은 기능이 제대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상법 보험편에 보험대리상(대리점)과 보험설계사만 규정돼 있어 판매채널 가운데 보험중개사를 인식하지 못하고 실무적으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보험중개사 법적 지위를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주선 강남대 교수는 "보험모집종사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판매채널의 중요성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큰데 (상법에) 보험계약자 이익을 보호하는 보험중개사의 법적 지위를 누락한 입법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험중개사라는 용어가 (상법) 법문에 들어가거나 최소한 보험중개사라는 의미가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제646조의2는 보험모집종사자의 정의와 일부 권한을 제시하고 의무나 책임은 언급 하고 있지 않다"며 "(보험중개사를 포함해) 보험모집종사자에 대한 정의와 권한, 의무사항은 법률관계를 다루는 상법 보험편(보험계약법)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현장과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보험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기업보험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보험중개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 등 보험계약자 보호와 이익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업법상 보험중개사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보험업법은 보험사업자와 모집관계자 등을 감독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상법 보험편에서 보험중개사의 규정이 정해져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다국적 시장에서 경쟁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시장참여자에게 거래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상법상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중개사에 대한 법적 규정 부재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으나 일반보험과 재보험 중개시장에서 보험업계와 경쟁상황에 놓여있어 법적 지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 일반보험 시장이 보험중개사 즉 '브로커' 시장인 만큼 국내의 법적지위 마련을 통한 시장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중개사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험중개사 시장이 일반보험의 50-60%를 넘어서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보험사 직원조차 보험중개사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실정"이라며 "해외 일반보험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국내 보험중개사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과 그라운드(시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