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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재보험 딜레마…금리위험 낮추려다 지급여력 떨어진다

  • 2020.04.20(월) 11:49

새 국제회계제도 등 보험사 부담 낮춰주려 도입 추진
비용부담 커 '선급비용'으로 나눠서 인식토록 회계처리
선급비용, 가용자본에서 제외돼 지급여력비율 악화 우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으로 보험사 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공동재보험'을 도입해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추진중인 가운데, 정작 공동재보험을 거래하면 건전성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이 큰 폭으로 낮아져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는 제도가 오히려 현재 건전성기준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제도 도입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공동재보험' 도입을 위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 내용을 고시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보험사 보험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해 기존 재보험과 달리 보험위험에 대한 위험보험료 외 저축보험료 등도 재보험사로 출재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이다.

저금리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금리위험도 재보험사로 전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금리변화에 따른 미래 변동성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0%대까지 인하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해 왔던 확정형 고금리 계약들의 금리역마진 위험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금리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만큼 재보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 금리하락 가능성을 감안하고 유의미한 부채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재보험료가 책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계약의 방식이나 규모, 금리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넘기느냐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로 줄인다고 해도 일부 보험사에게는 연간 순익에 버금가는 규모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은 공동재보험의 회계처리 방식을 '선급비용'으로 처리키로 했다. 비용으로 처리하면 당기에 자산과 순익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선급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자산으로 계상해 계약기간에 걸쳐 자산과 순익감소를 나눠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자산과 순익이 줄어드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급비용은 RBC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에서 제외되는 항목이다. 즉 재보험거래시 RBC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공동재보험 거래를 통해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에서 금리위험도 일부 줄어들지만 선급비용이 제외되는 가용자본 축소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거래시 분자에 해당하는 금리위험도 일부 줄지만 이보다는 선급비용으로 분자인 가용자본에서 빠져나가는 규모가 훨씬 크다"며 "무조건 RBC가 내려가는 구조인데 IFRS17이나 K-ICS 도입 등 미래를 위한 건전성 제고 방안이 현재 건전성 기준을 낮출 경우 공동재보험 제도를 이용하려는 회사들에 굉장히 높은 허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공동재보험을 필요로 하는 곳들은 RBC가 상대적으로 넉넉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공동재보험의 제도적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보험업계에서도 공동재보험의 거래 규모가 매우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보험사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은 보험사들이 부채만기가 긴데 자산만기는 짧은 미스매칭을 완화해 줄 뿐 아니라 재보험사의 부채만기가 짧고 자산만기가 긴 미스매칭을 서로 상쇄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다만 공동재보험 필요성이 높은데도 현재 RBC 여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들의 경우 엄두를 내지 못해 공동재보험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으로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협회를 통해 당국에 공동재보험을 통한 선급비용을 가용자본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당국도 이를 고심 중이지만, RBC 규제의 대원칙이 있는 만큼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급비용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보험계약의 형태나 상품의 성격에 따라 공동재보험을 통한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데, RBC의 유불리를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 고금리계약에 따른 향후 금리변동 손실위험을 털어내고 갈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 규제 내에서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미매칭 부담이 클지 비용부담이 클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회수가능성, 손실흡수성이 있는 경우 가용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공동재보험을 통한 선급비용이 이같은 성격이 있는지 두가지 측면에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 내용을 마무리 짓고 늦어도 6월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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