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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진격]⑤한화생명이 쏘아올린 디지털금융 신호탄

  • 2020.08.21(금) 16:36

빅데이터 활용해 연간 100억원 보험료 더 거둬
우량고객 확보, 일반 대비 사차이익률 16.5%p↑
연 7200명 보장확대…위험 낮추고 수익 높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보험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성장과 초저금리 시대 진입, 영업경쟁 심화 등 어려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더해 무시할 수 없는 덩치의 경쟁자까지 출현한 형국이다. 초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한 빅테크의 영토 확장에 보험사를 비롯한 전 금융권이 공포에 떨고 있다. 삽시간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란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보험사는 빅테크의 진격에 맞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디지털금융의 시대, 보험사의 대응 전략을 짚어봤다.

"연 100억원 보험료 추가 유입"

상품 개정이나 영업 드라이브 없이 연 100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거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화생명은 최근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이뤘다.

이는 지점에서 월 신계약을 통해 거둬들이는 보험료 수준을 상회하는 규모로 사실상 지점 8.3개가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다. 앞으로 거둬들이는 수입보험료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만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화생명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데이터와 디지털 역량 확대에 힘써왔다. 2014년 10월 처음 빅데이터TF팀을 개설했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딥테크(Deep-Tech·원천기술) 기반의 인슈테크(InsureTech·보험+기술 합성어)와 테크핀(TechFin·기술+금융 합성어) 역량강화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올해는 특히 보험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新)성장 기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디지털전환'을 꼽고 전사적인 디지털화 및 내재화 전략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주목할 부분은 바로 빅데이터다. 한화생명은 TF팀 개설 이후 2016년부터 빅데이터를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현업 전문 인력들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적용이 가능한 과제를 발굴해 개발하고 영업, 마케팅, 언더라이팅, 고객서비스, 보험금지급 등의 영역에서 프로세스 혁신과 효율 제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사적인 디지털전환을 위한 조직개편으로 빅데이터실을 신설했다. 기존에 분산돼 있던 ▲빅데이터전략팀 ▲언더라이팅팀 ▲보험심사팀 ▲고객서비스팀 ▲SIU(보험사기특수조사팀)팀을 한데모아 빅데이터실 산하에 집합시켰다. 보험업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업무를 한데 모아 모든 업무 과정에서 데이터를 기반 한 프로세스 개선과 정교화 잡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 같은 노력들은 실제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보험가입심사를 담당하는 빅데이터실 산하 언더라이팅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언더라이팅 통합 스코어링 시스템(HUSS)'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HUSS는 한화생명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망, 암진단, 입원, 수술, 성인병진단 등 총 7개 보장담보와 관련해 사고나 질병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 김종원 한화생명 빅데이터실 언더라이팅팀 팀장

김종원 한화생명 언더라이팅 팀장은 "나이, 병력, 직업을 비롯해 보험금 지급이력 등 130여개 변수와 사고, 질병 발생 위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 약 40개를 선별해 스코어 모델을 구성했다"며 "보험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으로 스코어(점수)가 산출돼 우량한 고객에게는 보장별 가입한도(보장한도)가 일반 고객 대비 1.5배에서 2배가량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가입한도가 확대돼 가입한 신계약 건수는 2만2460건, 연평균 7200명 이상의 고객이 혜택을 봤으며, 한화생명은 도입 후 3년 만에 약 300억원의 보장성 보험료를 추가로 거둬들이는 효과를 거뒀다. 연간 100억원 수준이다.

HUSS는 데이터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 이후 가입한 비교적 최근계약을 기준으로 해당 보장급부 가입, 유지계약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70만건의 고객 데이터를 우선 선별하고 여기에 고객의 성별, 연령, BMI(체질량지수), 보험료 연체정보 등 약 120개 항목을 반영해 총 8400만건의 사례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매년 모니터링을 통해 변수별 예측도를 측정하고 변수와 가입한도 폭 조정 등 매년 정교화 작업을 통해 정합성을 높여가고 있다.

김 팀장은 "동일 요건을 충족하는 분석대상을 선정해도 새로운 특성들이 생겨나게 되고, 중복반영이나 의미 없는 특성들로 예측 정확도가 낮아지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통계적 유의성 검증 및 상관관계 분석, 모델별 변수 중요도 등을 확인해 가장 유의미한 변수와 모델을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보험계약 인수심사 기준의 가입한도는 단순히 직업, 나이 등에 따라 위험등급을 분류하고 이를 차등화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실상 동일한 직업과 나이의 고객 간에도 사고, 질병 발생 위험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데, 빅데이터를 통해 이전과 다른 더 정교한 위험평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가령 이전까지 한화생명에서 가입 가능한 암진단금의 최대 가입한도가 2억원이었다면 HUSS를 통해 우량고객으로 분석된 경우 스코어에 따라 가입한도가 3억~4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고객의 보장금액을 확대하고 보험료 매출이 늘어난 것 이외에 손익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다.

우량고객은 보험사가 보험료 산정시 지급할 것으로 예측한 보험금 보다 실제 지급한 보험금이 더 적을 것으로 예측되는 고객이다. 보험사는 실제 지급한 보험금이 낮아질 경우 위험률차이익(사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HUSS를 통해 분석해낸 우량고객이 일반 고객 대비 사차손익률이 16.5%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고객 대비 이익기여도가 16.5%포인트 더 높다는 것으로 사차손익률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위험관리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 김종원 한화생명 빅데이터실 언더라이팅팀 팀장

김 팀장은 "HUSS 활용을 통해 개인별 가입한도 확대 니즈를 충족시켜 영업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우량고객을 확대해 사차이익률이 제고되고 있다"며 "보장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손해율이 안 좋을 경우 보험사가 위험을 안고가야 하지만 오히려 사차이익률이 좋아지고 있어 향후 전체 고객의 보험료 인하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현재 7개 담보에서 더 세분화된 담보를 추가해 더 많은 고객에게 보험가입한도 확대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생명보험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별 데이터분석 적용 업무를 지속 발굴하고, 데이터3법 개정 및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생애단계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빅테크의 보험산업 진출에 대응해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협력과 협업을 위한 '개방(Open)'을 선택했다. 현재 광범위한 제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오픈인슈어런스(보험사 데이터와 서비스를 파트너사에 공개하고 협업을 확대하는 것)'를 준비 중이며 플랫폼을 활용한 채널확장과 서비스에 녹아들 수 있는 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최근 하반기 전략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지금 우리는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맞닥뜨리고 있으며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낡은 것을 깨고 새로운 판을 준비하는데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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