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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공채, '신입'이 사라진다

  • 2020.09.15(화) 14:42

전문인재 우선 채용…사실상 경력 우대

통상 은행의 하반기 공채는 ‘대졸 신입 행원’을 대상으로 해왔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블라인드 채용 확대로 '대졸' 이라는 수식어는 사라지고 디지털 인력 중시로 일반직군 채용정원(TO)이 확 줄어 '신입'보다는 특정 분야 '경력자' 찾기가 두드러진다.

◇ 확꺾인 은행 채용 규모 

올해 은행의 채용문은 그간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춰 적극적으로 채용 규모를 늘려왔던 은행들이 올해는 규모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먼저 하반기 공채를 시작한 신한은행은 25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380명) 규모의 3분의 2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630여명을 공채로 뽑았지만 올해는 수시채용으로 전형을 바꿨다. 이 때문에 올해 채용규모는 지난해의 절반규모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간 채용규모는 수시채용 전형이 계속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규모를 확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함께 하반기 공채를 시작한 우리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반기 전형은 수시채용으로 바꾸고 하반기는 종전대로 시작하지만 채용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올해 우리은행의 채용규모는 200명으로 지난해 연간 채용규모(800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달 중 하반기 공채를 시작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채용규모와 시기 등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달 중 공고가 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채용규모는 최대 예년수준이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그간 은행업무가 디지털화 하면서 필요한 인력규모가 줄어들어도 금융당국의 '채용확대' 요청에 따라 일정 규모의 채용을 유지해왔던 은행들이지만,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채용의 문을 걸어잠근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에다가 저금리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큰 데다가 순익감소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예년과 같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 은행도 '신입'보단 '경력직' 

주목할 점은 올해 은행들이 '신입'의 채용규모를 대거 축소하는대신 빈 자리를 '경력직'으로 채워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반기 공채를 진행한 신한은행은 ▲하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기업금융/WM 경력직 수시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 ▲하반기 ICT 특성화고 등 5개 직렬의 채용을 진행한다.

이 중 ▲하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하반기 ICT 특성화고 수시채용 두 부문을 제외하고는 우대사항에 '지원분야 경력 보유자' 항목을 적시했다. 경력직이 TO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 역시 올 하반기 공채는 신입행원에 대해서만 이뤄지지만 상반기 진행했던 수시채용에서는 사실상 경력직을 우대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수시채용 진행 시 ▲디지털 ▲IT ▲IB ▲자금 등 4개 직렬에 대해서만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당시 우대사항에 '경력직'을 우대한다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직무와 관련된 보유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대부분의 자격증은 실무 경력이 있어야만 취득이 가능하다. 사실상 경력직을 우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IB‧자금 부분에서 우대했던 자격증 중에는 ▲신용위험분석사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공인재무분석사) ▲FRM(Financial Risk Manager, 국제재무위험관리사)은 실무 경력이 있어야만 취득 가능하다.

디지털‧IT분야도 ▲데이터분석준전문가 ▲데이터아키텍처전문가 ▲정보관리기술사 ▲정보시스템감리사 ▲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 ▲컴퓨터시스템운용기술사 ▲프로젝트관리전문가 ▲SQL전문가 등은 실무경험이 있어야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은행의 디지털화와 연관이 깊다. 디지털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대부분 은행들이 디지털‧IT 인재를 우선 채용하기 시작해서다. 은행 역시 그간 전산부서를 따로 두고 IT나 디지털 부서 인재를 육성하기는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추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는 인재를 우선 채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과 IT분야에서는 경력직을 우대하고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이를 빠르게 은행 시스템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WM, IB 등에서도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아무래도 경력자가 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달 중 채용공고를 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IT‧경력자'라는 키워드로 하반기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디지털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라며 "디지털‧IT 위주의 인재를 채용하는데 있어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경력직을 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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