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권에서도 디지털 혁신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핀테크와 빅테크의 출현으로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특히 프라이빗뱅커(PB)를 앞세워 은행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히던 자산관리(WM) 시장도 큰 변화를 맞고있다. 디지털 자산관리로 대변되는 이른바 '웰스테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웰스테크의 부상과 국내외 현황 이에 대비하는 은행들의 현주소와 과제 등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
웰스테크의 부상 뒤에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매개체뿐 아니라 저금리 고착화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 등과 맞물려 고객과 금융사 모두 자산관리(WM)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도 작용했다.
핀테크와 더 막강한 빅테크의 출현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이어지면서 은행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위협인 동시에 디지털 혁신 덕분에 소비자들이 은행 외 채널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효과를 일부 본 셈이다.
웰스테크도 마찬가지다. Y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을 일컫는다)와 그 이후 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라이프의 일부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더 쉽게 받아들이면서 웰스테크에 대한 니즈가 부쩍 커지고 있다.
웰스테크로 일반인들도 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줄어드는 등 WM 자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그러면서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커졌는데 이 가운데 하나로 웰스테크를 활용한 자산관리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을 차치하더라도 자산관리(WM) 부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금리 고착화로 1년 만기 예금금리가 1% 안팎에 머물고 실질금리를 감안하면 마이너스(-)로 진입하면서 자산을 제대로 굴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은행들도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영업 강화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선 동시에 단순 예금에서 빠져나가는 소매 고객들을 잡기 위해 예금 외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산관리를 주목한다.
자산관리가 금융지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증권 계열사는 물론 은행의 비이자 이익(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실적 자료를 보면 비이자이익 내 수수료 이익에서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68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000억원에 근접했다.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에는 수익증권과 투자일임 및 운용, 증권중개, 신탁보수, 방카슈랑스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그룹 수수료 수익 내에서 자산관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지난해에는 금융권을 뒤흔든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들의 자산관리 부문도 일부 위축됐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더 광범위한 대중을 아우르는 디지털 자산관리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외국계 포함 6곳) 의 수수료 순이익은 2015년까지 2조9000억원 대에 머물다 2016년 3조원 대에 진입했다. 이후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2019년까지 3조3693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3조2000억원 대로 5년 만에 감소했다.
신한지주 사례를 보면 WM부문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 수준에서 매년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크게 꺾이면서 주춤했다.
이에 따라 자체적인 고객 자산관리 강화는 물론 각종 웰스테크 플랫폼과 연계해 고객 이탈을 막는 동시에 디지털 자산관리에 대한 니즈가 있는 새로운 고객층도 염두에 둔 전략 모색이 더욱 필수가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