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자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 위기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던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이 2금융권 가계대출도 손보겠다고 나서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까지 이뤄지면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기관채Ⅱ AA등급 3년물 민평 금리는 지난 1일 1.819%를 기록했다. 금융기관채Ⅱ는 카드채, 리스채, 할부금융채 등을 의미한다.
올해 1월초 1.269%보다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추가인상을 시사한 영향이 선반영됐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신규 조달금리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저금리 시대 폐막, 금융채 금리 상승세
은행권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을 찍어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사 조달 원가가 같이 뛰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 은행권과는 차이가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확대 등이 요구되는 외부환경을 고려하면 조달금리 상승폭 만큼의 운용금리 상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져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은 불어나는데 수익 창출에 제동이 걸렸다는 얘기다. 한신평이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려갈 경우 카드사의 이자수익이 351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소급적용에 따른 이자 감소분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카드사들도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다. 법정 최저금리 인하에 따른 카드론 금리인하를 박리다매 기회로 삼았다. 금리는 내리지만 고신용자 대출자산이 확대되면 전체 수익 제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잇단 규제 압박…카드사 위기감 '고조'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카드사 압박에 나선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지난해 30조3047억원보다 9.5%(2조8740억원) 급증했다.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인 5~6%를 이미 넘긴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에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카드론을 포함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은행은 DRS 40%가 적용되지만 2금융권은 60%까지 대출이 나온다. 카드론 규제 시기가 빨라질수록 하반기 대출 영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다중채무자로 구성된 카드대출 차주 특성상 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시 은행 대비 건전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대손충당금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카드대출자산의 95%는 중·저신용자 카드대출로 구성돼 있으며, 2개 이상의 대출기관에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 비중은 86%에 달한다.
대출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오는 11월 말 가맹점 수수료율 확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최고 3.6%에서 2019년 최저 0.8%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카드사의 신용판매 실적 하락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수수료 부분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재산정되는 시기가 총선, 대선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정치권 포퓰리즘 정책에 이용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