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융권에서 높은 한도, 쉬운 접근성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마이너스 통장의 위상이 뚝 떨어졌다. 주요 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면서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금융당국 정책에 발맞추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용대출 문턱 상승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종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서는 올 초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 바 있으며 하나은행도 지난달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그간 마이너스 통장은 쉽고, 편하고, 한도도 넉넉해 말마따나 '추천상품' 중 하나였다. 은행권이 비대면 채널을 가속화 하면서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점차 쉬워졌고 한도는 최대 1억원 이상까지 나왔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기 적합해서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은 일단 개설만 해두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장점 역시 부각되면서 '미리 만들어 놓으면 좋은 대출'이라는 평가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함은 물론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접근성이 쉬웠던 마이너스 통장부터 문턱이 높아지게 됐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은 고객이 만든 시점에는 대출로 잡히지 않고 사용하고 난 이후 사용한 만큼만 대출로 잡혀 숨겨져 있는 가계대출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전체적인 총량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이너스 통장 문턱을 일단 올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축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출 문턱 상승기가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가 은행들이 대출 시 우대금리를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예전보다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추석 이후 고강도 대출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유력시 되는 방안인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조기 도입이 이뤄질 경우 은행이 상품의 한도 조정에 나서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대출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재 규제지역 6억원 이상의 주택구매 시 받는 주택담보대출이나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DSR이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이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앞당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DSR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은행 대출 상품의 한도가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소득이 높지 않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특히 다른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는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 질 가능성이 높으며 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